은행권 채용시장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다수 은행이 채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특히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은 하반기 정기공채를 통해 1000명 가까운 직원을 뽑을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지난달 하순 열린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이후 하반기 공개채용 일정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180명 규모의 신입 공채를 시작했고, 우리은행도 250명의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말 혹은 내달 중순 250명의 하반기 채용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아직 공채 규모와 시기 등 검토 중이다. 예년 수준을 고려하면 5대 시중은행의 하반기 채용 규모는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5대 시중은행은 올해 상반기 1500명을 채용했다. 농협은행이 상반기에만 500명의 인원을 공개 채용했고,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역시 상반기에만 각각 250명을 충원했다.
통상 시중은행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상·하반기 정기공채를 진행한 곳은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단 두 곳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5개 은행 모두 상·하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채용확대는 최근 은행권에 쏟아진 비판의 눈초리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지난해 금리 상승기를 타고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냈다. 이 와중에 직원들에게 막대한 성과급과 퇴직금을 지급해 정치권과 사회 각계로부터 ‘돈 잔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은행권은 올해 2월 ‘2023년 상반기 채용계획’을 내놓고, 이례적으로 연간 채용 규모를 미리 공개했다. 연간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600명 늘린 3700명으로 정했고, 특히 상반기에만 2300명을 선발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가운데 5대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은 500명, 나머지 은행 각 250명씩 총 1500명의 상반기 채용을 계획대로 완료했다. 다만, 이미 상당한 채용 여력을 상반기에 소진한 만큼 하반기 채용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직원과 경력직을 더해 약 700명을 선발했지만, 올해는 250명 규모가 고려되고 있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300명에서 180명으로 공채 규모가 줄었다. KB국민은행 역시 지난해 하반기 800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5대 시중은행의 연간 공채 규모 반등세는 뚜렷하다. 2019년만 하더라도 2113명이었던 5대 시중은행 공채 규모는 코로나19 이후 2020년과 2021년 1000명도 채 넘기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2000명대 수준을 회복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 효율화를 진행한 결과, 신규채용 여력이 확대돼 채용 규모를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