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원인을 두고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 간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건축사들로 구성된 건축사협회는 사조위가 사고 원인으로 지적한 '구조 설계'를 수행한 구조기술사에 1차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구조기술사들이 모인 건축구조기술사회는 구조 설계를 건축사로부터 하청받아 수행하는 구조인 만큼 붕괴 책임을 떠안는 건 불합리하다고 맞선다.

25일 대한건축사협회에 따르면 건축사협회는 지난 17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이하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건축사협회는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가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에 대해 '설계 오류'라는 광의적 표현으로 건축사사무소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조기술사사무소가 수행한 구조 계산과 계획에 오류가 있던 게 사고 원인이라고 했다. 사조위가 사고 원인에 대해 전단보강근 미설치 등 구조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만큼 구조 설계를 맡은 구조기술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설계에 구조설계가 포함되는 개념으로 구조 설계를 구조기술사에게 위탁하는 구조"라며 "결국 구조기술사가 구조 설계와 계획 등을 수행하기 때문에 1차적 책임은 구조기술사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조위 조사 결과가 전단보강근 미설치 등 구조 설계에 대한 취약점에 있던 만큼 설계 오류라는 표현을 바로잡아 건축사사무소에 대한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지난 18일 '대한건축사협회 사조위 사실관계 요청에 대한 건축구조기술사회 입장발표문'을 냈다. 발표문에는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에 대해 구조기술사사무소의 구조 계산 오류가 주된 원인이라는 건축사협회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 담겼다.

건축구조기술사회는 구조 설계는 건축사사무소가 지정한 하청업체가 수행하고 설계에 '구조 설계' 개념이 포함되는 만큼 책임이 구조기술사에만 있다고 보는 건 무리라고 주장했다. 건축법 제23조 '건축물의 건축 등을 위한 설계는 건축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조항을 예로 들며 원청(건축사)이 독점적 권한만 갖고 책임은 하청에 떠넘기려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구조 설계는 원청이 하청을 주는 구조로 설계에 대한 문제를 하청에만 전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건축법상 설계는 건축사만 가능하다는 조항으로 건축사사무소가 독점적 위치에서 권한만 갖고 책임은 하청을 준 건축구조기술사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건축구조기술사회는 건축사법상 건축사만 설계와 감리가 가능하도록 한 조항을 없애 건축 관련 세부 분야에 대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단 아파트 사고는 지난 4월29일 오후 11시25분경 일어났다. 공사 중이던 아파트 건물의 지하 주차장 1·2층 슬래브가 무너져 내렸다. 이 단지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했고 설계는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맡았다. 대표 시공사인 GS건설은 사조위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5일 사과문을 내고 해당 단지에 대한 전면 재시공 계획을 밝힌 상태다.

[신아일보] 서종규 기자

서종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