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신한은행장의 혁신경영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정 행장은 신한은행이 언제 어디서나 소비자의 삶에 녹아드는 ‘에브리웨어 뱅크(Everywhere Bank)’와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형 은행 ‘인비저블 뱅크(Invisible Bank)’로 도약을 구상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행장이 그리는 신한은행의 미래상은 소비자가 생활 곳곳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은행이다.
오프라인 영업점과 모바일에만 집중된 현재 은행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형태로 채널을 확대해 금융소비자의 일상을 함께 하겠다는 복안이다.
신한은행은 정 행장 취임 후 ‘은행 중 처음’ 수식어를 붙인 서비스를 출시하는 빈도가 늘었다. 신한은행은 영업점과 모바일에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 혁신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가정용 TV를 활용한 뱅킹 서비스를 내놓는 등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소비자 창구의 가능성을 가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5일 국내 IPTV(인터넷TV) 점유율 1위인 KT와 함께 TV를 이용해 화상상담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하고, 다양한 금융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신한홈뱅크’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전담 직원과 화상으로 상담하면서 예·적금과 신규 신용대출 등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또 △주요 외국통화 환율 △코픽스 등 금리 기준물 현황 △금·은 등 실물자산 가격 등의 다양한 금융 정보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또 지난달 10일 금융권 가운데 처음으로 생체정보 중 얼굴을 활용한 ‘창구 얼굴 출금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의 고유 생체 정보인 얼굴 인증을 통해 신분증, 통장, 카드 등 출금 매체 없이 편리하게 출금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생체 인증을 통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면서 ATM(현금자동인출기) 이상행동 탐지 등 소비자 보호에도 적극 활용해 안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행장은 그동안 핀테크 영역으로 여겨졌던 금융상품 비교 플랫폼에 과감히 발을 내디뎠다.
신한은행은 이달 21일 여러 금융회사의 예·적금과 대출 상품을 비교·추천하고 가입과 사후 관리까지 할 수 있는 ‘금융상품 비교서비스’를 출시했다. 국내 은행권이 금융상품 비교 플랫폼에 진출한 첫 사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신한은행을 포함해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등 9개 업체를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했다. 신한은행은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서비스를 내놓은 모습이다.
자사의 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데도 바쁜 시중은행이 경쟁은행의 대출 상품까지 금융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연결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것은 금융권에서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 행장은 단기간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신한은행의 플랫폼인 ‘쏠(SOL)’을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키우는 데 목적을 두고 발 빠르게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시장 진출은 어려운 도전이지만, 이를 극복하고 정착해 서비스를 늘리며 신규 소비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다만 정 행장은 쏠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보다 이용자를 늘리는 일이 급선무다. 플랫폼의 활성화 지표로 쓰이는 MAU(월간활성이용자수)를 보면, 신한은행 쏠은 올해 3월 기준 940만명으로 경쟁 업체 대비 다소 낮은 편이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MAU는 1630만명, KB국민은행은 1119만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플랫폼 서비스 고도화와 세밀한 관리를 통해 소비자 자산 형성에 꼭 필요한 서비스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