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은 다른 업종보다 소비자들과 심리적·물리적 접점이 넓고 친숙하다. 소비 트렌드에 따른 변화 속도 역시 빠르다. 기업들이 제품·브랜드·마케팅·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고 뺏길 수도 있다. 경영 리더십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이다. 신아일보는 기획 섹션 ‘매치업(Match-up)’을 통해 다양한 주제로 유통 전반에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시장을 주도하는 맞수 기업들을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CU·GS25·세븐일레븐이 저렴한 가격은 물론 맛·양까지 만족시킬 도시락을 출시하고 있다. 고물가로 외식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충성소비자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백종원·김혜자·주현영을 모델로 기용해 홍보 효과와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U·GS25·세븐일레븐은 5000원 이하로 구매할 수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도시락으로 경쟁 중이다.
CU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이름을 내건 도시락으로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 점심+물가상승)’ 잡기에 나섰다. CU는 이달 16일 ‘백종원 제육 한판’에 이어 28일 ‘백종원 바싹불고기 한판’을 잇달아 선보였다.
두 상품은 백종원 대표가 직접 반찬 구성과 레시피 개발에 참여해 상품 완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 기존 도시락보다 밥과 반찬의 양을 10% 이상 증량해 포만감까지 채웠다. ‘백종원 제육 한판’은 440그램(g), ‘백종원 바싹불고기 한판’은 약 500g에 달한다.
1탄인 ‘백종원 제육 한판’은 각종 할인을 더할 경우 2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시 2주도 안 돼 100만개가 판매됐다.
GS25는 배우 김혜자와 6년 만에 다시 손을 잡았다. 양측은 2010년 상품을 출시해 2017년 상반기까지 판매하며 ‘혜자롭다’라는 신조어를 만드는 등 편의점 도시락 전성기를 이끌었다.
‘혜자로운 집밥’은 엄마가 해준 집밥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콘셉트다. 지난달 15일에 나온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도시락’은 메인 반찬인 제육볶음 외에도 계란 후라이, 볶음김치, 어묵볶음, 떡갈비 등을 담았다. 이달 1일에는 ‘혜자로운 집밥 오징어 불고기’가 발매됐다. 이 상품은 주 메뉴가 2가지고 중량이 시중 도시락 대비 15%가량 많다.
GS25 집계 결과 ‘혜자로운 집밥’ 1·2탄 판매량은 3월15일 기준 180만개에 이른다.
세븐일레븐은 스테디셀러인 비빔밥 상품을 리뉴얼하고 젊은 세대에 인지도가 높은 배우 주현영을 모델로 한 ‘주현영 비빔밥 도시락’을 선보였다.
이달 22일 출시된 ‘바싹불고기 비빔밥’과 ‘전주식비빔밥’은 야채 중심으로 구성해 속이 편하고 부담이 덜한 것이 장점이다. 칼로리도 일반 도시락의 80% 수준이다. 이 같은 점이 소비자 호응을 이끌며 두 상품은 발매 6일 만에 60만개가 판매됐다.
세븐일레븐은 다음 달 제육볶음과 비빔양념 강된장을 담은 ‘제육쌈비빔밥’과 냉이를 다져 넣은 양념장을 활용한 ‘봄냉이비빔밥’을 내놓는다. 이를 통해 MZ세대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소비자)’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