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수' KT 윤경림, 정권 '반대' 가시밭길…키는 '국민들'
'차기 총수' KT 윤경림, 정권 '반대' 가시밭길…키는 '국민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3.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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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주총서 '표대결'…57% 지분 쥔 소액주주 '선택' 초점
'검찰조사' 압박 지속…CEO 잔혹사 '우려', 정부 개입 'NO'
윤경림 KT 사장.[사진=KT]
윤경림 KT 사장.[사진=KT]

윤경림 사장이 KT의 차기 선장으로 낙점됐다. 하지만 현 정권과 집권여당의 반발이 거세 불확실하다. 주주총회에서 승리해도 정권의 압박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15일 KT에 따르면, 오는 31일 주총을 열고 윤경림 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안건과 사내외이사 5인의 선임안건을 처리한다.

윤 사장은 IT·통신, 자동차 등 다양한 업종에서 경험을 쌓은 전략통으로 평가된다. 1963년생인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데이콤 입사 뒤 하나로텔레콤을 거쳐 2006년 KT에 임원으로 합류했다. 2008년 KT IPTV 서비스 출시를 주도했고 2010년 CJ로 이직한 뒤 2013년 CJ헬로비전 경영지원총괄을 역임했다.

2014년 다시 KT로 복귀해 미래융합추진실장, 글로벌사업부문장을 맡으며 신사업을 이끌었다. 2019년엔 현대자동차에서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 TaaS 사업부장을 맡아 모빌리티 사업도 주도했다. 이후 2021년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으로 돌아와 그룹 내 신사업 기획과 M&A(인수합병)를 진두지휘했다. 특히 CJ ENM, 현대차 등과의 동맹을 성사시킨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 사장이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특히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 및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KT 그룹의 DX사업 가속화 및 AI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다만 주주총회에서 윤 사장의 CEO 선임 안건이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KT 이사회가 현 정권과 여당의 반발 속에서 윤 사장을 대표이사 후보자로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KT 내부에서는 구현모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자 갑자기 사퇴하면서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KT는 현 정부와 연관된 인사들을 계열사 또는 사외이사로 내정하며 정권과 코드 맞추기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내정자들이 줄줄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정권의 메시지가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과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은 최근 각각 KT 사외이사와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로 내정됐지만 사의를 표명했다. 임 고문은 ‘친윤석열’ 인사로 분류되며 윤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다.

이에 따라 KT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의 반대도 확실해 보인다. 2~3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신한은행도 국민연금의 의견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가진 KT 지분은 총 23.49%다. 물론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할 경우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될 순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KT 소액주주는 57.36%다. 윤 사장의 대표 선임 안건이 주총에서 가결되기 위해선 출석한 주주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 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에 KT 주가가 하락했다며 윤 사장의 대표 선임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고 KT 소액주주들에게 전자투표 참여를 독려 중이다.

그러나 윤 사장의 CEO 선임 건이 주총 문턱을 넘어도 가시밭길이다. 검찰조사로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이 현 KT 대표인 구 사장과 윤 사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정했다.

이들이 제기한 혐의는 총 4가지다. 그 중 윤 사장 관련 혐의는 구 사장의 형 구준모씨와 연관된다. 이들은 윤 사장과 구 사장이 보은인사로 인연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윤 사장이 현대차 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구준모씨가 대표였던 커넥티드카 솔루션 기업 '에이플러그'를 현대차그룹에 인수되도록 도왔고 구 사장은 윤 사장의 KT 복귀에 힘을 썼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KT 측은 “윤 사장은 통신 3사와 CJ, 현대차 등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통신은 물론 모빌리티, 미디어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룹사 성장을 견인할 적임자로 판단돼 KT에 합류했다”고 반박했다. 또 “2021년 7월 현대차의 에어플러그 인수 당시 윤 사장은 투자 의사결정과 관련된 부서에 근무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며 “윤 사장은 현대차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담당으로 2021년 6월에 사퇴의사를 밝히고 사실상 7월에는 근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KT CEO 잔혹사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쳤다. 앞서 노무현 정부 당시 임명된 남중수 전 사장은 연임을 시도했지만 이명박 정권 들어 검찰수사와 함께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석채 전 회장도 연임 후 수백억원 대의 배임의혹, 위성 헐값 매각 등 논란에 휩싸이며 사임했다. 2014년 취임한 황창규 회장만 한 차례 연임 후 임기를 무사히 마쳤고 구 사장은 연임을 포기하고 사퇴키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민간기업에 대한 더이상의 정부 개입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는 국내 최대 통신기업으로 한국 ICT의 선봉에 있지만 대표이사 선임 문제에 항상 발목이 잡혔다”며 “정권을 잡은 쪽이 KT를 전리품으로 여기는 행태는 중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아일보] 장민제 기자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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