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삼현·박두선·정진택 국내 조선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해상 원자력 발전소’로 승부를 건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발맞춰 친환경 에너지 수요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차세대 기술이자 해상 원전에 적합한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사업에 뛰어들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향후 8년 동안 한국형 독자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 총 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상 원전은 바다에 띄울 수 있는 원전 설비다. 육지 원전(100만㎾) 대비 10% 가량 소규모 전력을 생산한다. 설계 비용이 저렴하고 부지 확보 어려움이 없어 허가 기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HD현대의 조선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기업인 미국 ‘테라파워’와 3000만달러(약 425억원) 규모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테라파워는 차세대 원자로 설계기술 나트륨(NatriumTM, 소듐냉각 방식)을 보유한 기업이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앞으로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원자력 분야의 역량을 활용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또 장기적으로 해상 원자력 발전, 원자력추진선박 분야 미래 기술을 선점한다. 현대중공업은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KSTAR)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주요 핵심 설비 개발에 참여하며 차세대 에너지원에 대한 기술 역량을 키워왔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인도네시아 원자력 발전 개발사 ‘토르콘 인터내셔널’이 추진 중인 해상 원전 사업에 참여 중이다. 지난해 10월 토륨 용융염 원자로(TMSR) 관련 연구용역이 완료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설비를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체를 공급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20년부터 한국전력기술과 해양 SMR 기술 개발 장기협력을 이어왔다. 대우조선해양의 다양한 선박건조 경험과 노하우와 한전기술의 세계적인 원전 설계·건설 기술을 결합해 △해양 원자력 관련 기술 개발 △사업 발굴 △프로젝트 공동 수행 등을 추진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인 해양부유식 원전 개발을 목표로 제시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해상 원전 설비 부유체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 파워 바지’ 개념설계를 완료하고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CMSR는 핵분열 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으면서 높은 효율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CMSR 파워 바지는 덴마크 시보그가 개발한 100㎿급 CMSR을 최대 8기까지 탑재할 수 있다. 부유체 내 스팀 터빈 발전기와 송배전 설비도 갖춘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CMSR 실증 등을 거쳐 오는 2028년 해상 원전 부유체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상 원전 기술은 최근 글로벌 탈탄소 흐름 속에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급부상했다”며 “앞으로 원자력 분야 기술 개발은 물론 차세대 에너지 시장 선점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