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후 글로벌 사업 속도…과제는 호텔롯데 상장·유동성 위기극복
코로나19가 쓸고 간 2022년은 평온이 아닌 ‘공포’로 표현됐다. 오히려 경제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며 산업계는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빠졌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은 기업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산업계는 ‘변화’로 대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1위 기업 삼성전자는 회장시대를 다시 열며 재무장했고, 재계에선 1980년대생 3~4세 오너가 경영 전반에 등장하며 신사업으로 맞섰다. <신아일보>는 15일부터 2022년이 끝나는 그날까지 한국대표 10대그룹을 중심으로 산업계를 결산한다. 10위부터 역순으로 매일 한 그룹씩 발표한다. 오늘(22일)은 5위를 차지한 롯데그룹 ‘신동빈’이다./ <편집자 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 한 해 ‘뉴롯데’ 정상화에 집중했다. 헬스·모빌리티·수소 등 핵심 산업군 투자를 강화했다. 특히 오너3세인 신유열 상무는 롯데케미칼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하며 후계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뉴롯데’ 완성을 위한 호텔롯데 상장은 과제로 남았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도 넘겨야 할 산으로 지목됐다.
21일 롯데에 따르면, 올해 신동빈 회장은 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 사업으로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을 꼽았다. 이와 함께 총 37조원을 투입하는 5년간의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신동빈 회장은 2022년 하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좋은 회사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회사”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업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37조 투자, 신성장 동력 확보…경쟁력 강화 총력
신동빈 회장은 헬스앤웰니스 부문에선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진출을 위한 BMS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 1조원 규모의 국내 공장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정식 출범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시러큐스 공장 인수는 막바지 조율단계다. 건강식품·소재 전문회사인 롯데헬스케어도 설립됐다.
모빌리티 부문에선 롯데건설을 주축으로 컨소시엄을 구성, 11월 도심항공교통(UAM) 실증사업에 나섰다. 또 운영 점포와 연계한 복합 충전소 설치 등 충전 인프라 사업을 본격화했다. 롯데렌탈은 8조원 규모의 전기차 총 24만대를 도입 중이다.
신 회장은 화학군의 지속가능성 부분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롯데케미칼은 수소 사업과 전지소재 사업에 5년간 1조6000억원 이상을, 리사이클과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에 2030년까지 1조원을,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과 범용 석화 사업에 7조80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유통군은 8조10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복합몰 개발을 시작했다. 신 회장은 올해 8월 인천 롯데 송도몰 현장을 방문했다. 롯데마트는 1조원을 투자해 제타플렉스 등 특화매장으로 리뉴얼하는 데 속도를 냈다. 호텔군과 식품군과 관련해서는 각각 2조3000억원과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리노베이션·면세점 물류시설 강화, 건강지향 신제품 개발·생산 설비 확충이 이유였다.
◇화학군 ‘2030 매출 50조’…신유열 상무, 기초소재사업단 합류
롯데케미칼에선 ‘2030년 매출 5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이 중 12조원은 배터리소재와 수소에너지를 포함한 그린 사업에서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소재 사업에선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롯데알미늄이 배터리 4대 소재에 직·간접 투자로 핵심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수소에너지사업은 120만톤(t) 규모의 청정 수소 공급·생산이 목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월 친환경 신사업 주도를 위해 ‘전지소재사업단’과 ‘수소에너지사업단’을 신설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는 2023년 임원인사에서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로 승진했다. 상무보 승진 6개월 만의 고속 승진이다.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경영에 참여한 점을 고려할 때 경영수업에 돌입한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오너3세의 합류로 전지소재와 수소에너지 부문 글로벌 협력과 신사업 발굴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법리스크 해소 후 글로벌 광폭행보…인니·베트남 정조준
신동빈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 후 해외 사업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그간 해외 사업의 걸림돌이었던 사법리스크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들은 오너의 준법성, 윤리경영 등을 파트너십 맺을 때 중요사항으로 살핀다.
신 회장은 8월 말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현장을 찾았다. 이 프로젝트는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롯데케미칼 타이탄과 합작해 납사크래커 건설 등이 포함된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이다. 신 회장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자카르타 권역 운송망 구축 등도 진두지휘했다.
이어 신 회장은 9월 베트남 호찌민을 방문해 2만2500평 부지에 스마트복합단지를 건설하는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사업 현황을 살폈다. 신 회장은 착공식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백화점·마트·면세점 등 현지 유통사업 전반도 챙겼다.
신 회장은 중소 협력사의 해외진출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롯데홈쇼핑·백화점·마트·면세점·하이마트·코리아세븐 등 롯데 유통 6개사는 미국과 독일에서 브랜드 엑스포를 개최했다. 뉴욕에서 진행한 엑스포 상담실적만 5106만달러에 달했다.
◇호텔롯데 상장 제자리걸음…유동성 위기 극복 관건
신동빈 회장은 ‘뉴롯데’ 마지막 단추를 여전히 꿰지 못했다. 코로나19로 면세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며 호텔롯데 상장은 답보상태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15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사업구조 개편, 해외 사업 확장 등의 노력에도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공항 임대료 감면도 끝나 부담해야 할 고정비용이 늘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은 레고랜드 사태로 초래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 롯데정밀화학으로부터 3000억원, 롯데홈쇼핑으로부터 1000억원 등 총 1조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받았다. 롯데건설을 둘러싼 악재가 그룹 전반으로 퍼졌다. 이로 인해 계열사들의 신용평가도 ‘부정적’으로 낮아졌다. 투자 재원 마련하는 데 악조건이 됐다.
롯데그룹은 내년 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잔금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이 인수 주체인데 올해 2분기 214억원 적자, 3분기 4239억원 적자로 녹록치 않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진행한 2번의 VCM에서 “역량 있는 회사,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를 만드는 데는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핵심”이라며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고민하고 적시에 실행해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