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의 투자 열풍은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금융투자업계를 지탱해왔다. 하지만 현재 대내외 증시 불황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차갑게 식히고 있다. 본지는 이러한 이슈를 둘러싼 국내 15개 증권사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자본 기준 4위 증권사 KB증권은 ‘자산관리(WM) 통’ 박정림 대표와 ‘기업금융(IB) 통’ 김성현 대표가 이끄는 투톱 체제에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양 대표는 취임 이후 실적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다시 부각될 경우 결과에 따라 연임은 어려워질 수 있다.
박정림 대표는 1986년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 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2004년 KB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12년간 WM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7년에는 KB증권 WM 부문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김성현 대표는 1988년 대신증권(IB팀장)에 입사해 2003년 한누리투자증권(현 KB증권)으로 적을 옮긴 후 현재까지 35년 IB 한 우물을 파고 있다.
KB금융지주는 2019년 박정림, 김성현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고 이듬해 12월 이들의 연임을 확정했다. 양 대표는 자신들의 강점을 살려 성장을 이끌었다.
KB증권은 양 대표 체제에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연결기준) 모두 성장세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론 △2019년 영업이익 3605억원(전년 대비 44%↑), 순이익 2901억원(52%↑) △2020년 영업이익 5788억원(60%↑), 순이익 4340억원(49%↑) △2021년 영업이익 8212억원(41%↑), 순이익 6002억원(38%↑)을 달성했다.
부문별 실적도 각자대표 이후 개선됐다. 박 대표 취임 전 최근 3년간 S&T(자산운용) 부문 실적은 △2016년 1100억원 적자 △2017년 1313억원 흑자 △2018년 35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박 대표가 취임한 2019년 1437억원 흑자를 시작으로 △2020년 105억원 적자 △2021년 794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박 대표의 본업인 WM 부문 운용위탁 수수료도 △2019년 37억원 △2020년 39억원 △2021년 37억원 등 매년 증가세를 기록했다.
김 대표가 이끄는 IB 부문 영업이익도 △2019년 1661억원 △2020년 1987억원 △2021년 2807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재조명, 3연임 이슈 부각
KB증권 박 대표와 김 대표의 연임 이슈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지난달 10일 2500억원 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장하원 디스커버리펀드자산운용 대표가 구속된 가운데 지난달 취임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 사태에 대해 재조사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앞서 KB증권은 라임 펀드 판매에 연루돼 박 대표와 김 대표는 2020년 11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각각 문책 경고와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회사도 △부당권유금지 위반 △불건전 영업행위 △부당한 재산상 이익 수령 등 세 가지 위반 사항에 대해 각각 △사모펀드 신규판매 금지 6개월 △과태료 5억5000만원 △1억4400만원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이 금감원장은 지난달 8일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 사태 재조사 가능성을 두고 “국민적 관심이 있는 사안으로 재조사가 필요하다면 다시 한 번 시스템을 통해서 볼 여지가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미 행정처분이 다 끝난 상황에서 재조사 여부는 금감원의 손을 떠났다”며 “만약 검찰에서 재조사하게 된다면 그때 협조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대표의 임기는 올해 12월 말에 만료될 예정이다. 금융당국 제재 확정 이전 금융사 최고경영책임자(CEO)의 연임 결정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연임은 제한되고 3~5년 동안 금융권 취업이 불가하다.
KB증권 관계자는 “재조사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 회사의 입장을 내놓을 만한 사안은 아니며, 특별히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CM 1위 정조준…IB 영업 확대
증권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KB증권도 1분기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511억원, 11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모두 47.8% 감소했다.
KB증권은 각자 대표의 전문 분야인 WM과 IB를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로 소비자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부채자본시장(DCM)에서의 경험을 살려 주식자본시장(ECM) 1위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KB증권은 수출입은행, 한국가스공사 글로벌 본드 발행 공동대표 주관을 수행하는 등 기존 외국계 증권사가 독점한 국내 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 시장에서 차별성을 확대해왔다.
그 결과 대기업 중심 DCM 부문은 11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신규 소비자 지속 발굴과 RM(기업금융전담역) 역량 강화를 통해 12년 연속 1위에 도전한다.
또 DCM 시장 마켓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대형 IPO(기업공개) △증자 등 Equity Biz 역량을 집중해 ECM 시장의 명가로 자리 잡는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중견PE사 네트워크 강화 △구조조정기업·대기업 제안 영업 확대 등 M&A 분야 경쟁력도 제고해 IB 전 분야에서의 선두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ECM 시장 1위를 위해 김 대표는 직접 △Equity 스토리 △투자자 마케팅 △인력 보강 등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각 기업에 대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올해도 대어로 평가받는 기업의 IPO가 예정된 만큼 전산운용비(112억원, 전년比 148.8%↑) 확대를 통해 최대 180만명이 동시접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IT시스템·업무 프로세스의 전수 검토와 개선 등 대형 딜 상장에 대한 준비도 끝마쳤다.
KB증권 관계자는 “경영환경 불확실성 지속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기반 손익 안정성 확보와 경쟁력 제고 전략’을 연초 수립했다”면서 “기존의 경영전략과 목표를 일관되게 추진하되 시장 상황을 민감하게 모니터링하면서 리스크 관리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WM Biz 수익성 강화를 위한 온·오프라인 자산관리 역량 강화, 업계 최상의 VIP 고객 서비스 제공을 위한 UHNW 특화채널(GWS본부) 신설, DCM·ECM·인수금융·M&A 1위의 차별적 경쟁력을 활용한 IB 영업 확대를 집중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