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교역조건 악화로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수출액은 553억2000만달러(66조8818억원)로 작년 같은 달 대비 15.2% 증가하며 2020년 11월부터 15개월 연속 증가세다.
다만 수출 증가율은 △2021년 10월 24.2% △11월 31.9% △12월 18.3% △올해 1월 15.2% 등으로 둔화했다. 수출 경기를 약 7.7개월 선행하는 수출경기확산지수도 작년 12월 67.4로 전월 대비 4.8p(포인트) 내렸다.
수출 증가율 둔화는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대유행과 공급망 교란,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인한 미국과 중국 경제의 부진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25일 기존 4.9%보다 0.5%포인트 낮은 4.4%로 수정 제시했다. 특히 미국의 성장률을 5.2%에서 4.0%로, 중국은 5.6%에서 4.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지난해 수출액 기준으로 대중 수출 비중이 25.2%, 미국이 14.8%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좋지 않으면 대미, 대중 수출이 줄어들 수 있고 한국의 전체 수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우려가 고조되는 점도 세계 경제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겠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도 지속되고 있어 수출과 관련된 대외여건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고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도 악화됐다. 무역수지는 작년 12월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뒤 지난달에 역대 최대 수준인 48억9000만달러(5조91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낸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석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입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수출이 장기 둔화 국면으로 진입했던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분간 에너지 가격 강세 예상과 환율 고공행진 등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환율 상승은 수입품의 원화 가격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역조건을 의미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12월 87.72로 9개월 연속 하락해 9년 1개월 만의 최저치다.
수입 물가가 수출 물가보다 많이 올라 교역조건이 악화하면 국민경제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져 실질소득은 감소할 수 있다.
[신아일보] 윤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