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때론 예상치 못한 불편한 친절을 접한다. 나에게 득이 되긴 하지만 상대방이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인데 ‘위했다’는 말로 포장하는 경우다. 소위 생색낸다고 한다.
SK브로드밴드와 분쟁 중인 넷플릭스를 볼 때면 동일한 감정이 든다. 현재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며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1심에서 패소했지만 망 사용료 협상에 응하지 않자 9월말 SK브로드밴드로부터 반소를 제기당한 상태다.
넷플릭스는 이 과정에서 ‘오픈커넥트(OCA)’를 내세운다. OCA는 넷플릭스가 트래픽 분산을 목적으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일종의 캐시서버다.
이는 최종 사용자와 가까운 지역에 설치된다. 현지 이용자들이 자주 찾는 대용량 콘텐츠를 메인서버에서 전달받아 저장한 뒤 배포하는 역할을 한다. ISP들이 캐시서버를 활용할 경우 넷플릭스와 직접 연결된 ISP에게 트랜짓에 따른 대가 또는 고가의 해저 케이블망 이용요금을 줄일 수 있다.
넷플릭스는 OCA가 ISP의 비용절감에 도움 되니 별도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OCA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부사장은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해 “글로벌에서 1000여곳 ISP들이 우리와 협업 중”이라며 “현재 1만4000여대 OCA가 사용 되고 있고 지난해 파트너 ISP들은 총 12억달러를 절약했다”고 말했다 또 SK브로드밴드를 겨냥해 “한국의 ISP 중 한 곳은 무상으로 누리는 OCA의 혜택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캐시서버는 특별한 게 아니다. 글로벌 CP사 대다수는 직간접적으로 CDN을 통해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아마존 AWS, 아카마이 등 CDN 사업자들을 활용하는 CP들도 있다.
즉, 캐시서버는 글로벌 대형 CP들이 세계각국에 설치해 가입자들에게 고품질 콘텐츠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이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화 되면서 대형 CP사로서 트래픽 양을 줄이기 위한 기본적인 매너기도 하다. 인터넷망은 일종의 공공재로 누구나 차별 없이 동등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망중립성 원칙이지만 공공재인 만큼 서로 양보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CP사로서 넷플릭스의 지위를 고려하면 캐시서버 설치는 당연하다. 올해 5~7월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트래픽 점유율은 5%로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