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에그' 투자 강화…외식 '에그슬럿' 출점 지속
SPC삼립은 황종현(사진·59) 대표의 지휘 아래 제빵 중심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의 ‘피보팅(Pivoting, 외부 환경에 따른 사업 아이템과 방향의 전환)’이 한창이다.
황 대표는 가정간편식(HMR)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우는 한편 성장 잠재력이 높은 대체식품 등 푸드테크(Food-tech, 식품·기술이 접목된 신산업)까지 사업영역을 빠르게 넓히면서 포스트 코로나에 활발히 대응하고 있다.
◆집밥 투자로 식품사업 매출, 제빵 추월
황종현 대표는 지난해 3월 SPC삼립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30여 년간 동원그룹에서 다수의 M&A(인수합병)를 주도했고, 동원F&B의 유가공 사업을 크게 성장시켰다. SPC삼립 대표 취임 직전엔 70여년 역사의 삼진어묵 첫 CEO(전문경영인)를 맡았다. 식품업계 오랜 경험과 뛰어난 경영능력이 강점으로 꼽히는 황 대표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집밥’ 투자에 관심이 크다.
SPC삼립은 국내 양산빵 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대표 브랜드는 삼립호빵과 삼립호떡, 누네띠네, 크림빵 등이다. 3040세대라면 다들 알만한 국진이빵과 핑클빵도 SPC삼립의 작품이다.
황종현 대표가 취임할 당시엔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시작된 시기였다. 침체된 외식시장 자리를 가정간편식(HMR)이 대신하면서 관련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예측들이 많았다. 황 대표는 취임 때 “SPC삼립이 종합식품기업으로서 더욱 발전하도록 힘쓰겠다”며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미래 경쟁력을 쌓겠다”고 공언했다. 제빵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화를 강조한 것이다. 이후 집밥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대표 간편식 ‘삼립잇츠’는 황 대표 취임 이래 상품을 다양화하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삼립잇츠는 ‘어반라이프(Urban Life) 간편 미식’을 콘셉트로 2030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다. 볶음밥·컵밥 등 밥과 면류, 죽·스프류, 안주류가 주력이다. 지난해 8월부턴 삼립잇츠 하위 카테고리인 ‘미트로드’를 론칭하며 육가공 간편식까지 영역을 넓혔다.
황 대표는 또 외식 중심의 육가공 전문 브랜드 ‘그릭슈바인’ 매장 대부분을 과감히 철수하는 대신 B2C(기업 대 소비자)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경쟁력을 키웠다. SPC삼립은 육가공 간편식 강화 차원에서 지난해 충청남도 서천의 그릭슈바인 제2공장 증설에 110억원을 투입했다.
이 같은 투자로 SPC삼립의 육가공 사업 매출은 올 2분기 기준 10%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황 대표는 2023년까지 육가공 매출 1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신선편의식품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마중물은 2017년 조성한 SPC프레쉬푸드팩토리다. SPC삼립은 프레쉬푸드팩토리를 앞세워 밀키트(식사키트)·샐러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특히 샐러드 ‘피그인더가든’ HMR 사업은 건강·다이어트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1%가량 성장했다.
SPC삼립은 이 외에 지난해 이(e)커머스 쿠팡과 협업한 홈 델리 ‘얌’에 이어 올해엔 홈베이커리를 표방하는 ‘아임베이커’를 잇달아 론칭하며 집밥 카테고리를 확장 중이다.
지난달엔 카페·베이커리 식자재 B2B 온라인몰 ‘베이킹몬’을 운영하는 상록웰가 지분 100%를 58억원에 인수했다. 베이킹몬은 홈베이킹·푸드 전문 식자재몰로 유명하다. 회원 수만 17만여명이며 지난해 매출액은 520여억원 규모다. SPC삼립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홈베이킹 시장 성장에 민첩하게 대응하고자 전문 온라인몰 인수를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이달엔 맞춤형 식이요법 전문기업 ‘닥터키친’과 건강식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연내 건강 지향 간편식과 베이커리 제품을 출시한다.
황 대표 이전인 2019년 SPC삼립의 제빵 사업 매출은 전체의 24.2%로 식품사업의 23.3%보다 비중이 더 컸다. 하지만 황 대표 취임 이후 올 상반기 기준 식품사업 매출 비중은 24.1%, 제빵 23.5%로 뒤바뀌었다. 두 사업 모두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각각 8.2%, 7.6% 늘었다. 황 대표가 강조한 변화가 긍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단 의미다.
◆가치소비 확산에 식물성 대체식품 공격적 확대
황종현 대표 체제 이후 SPC삼립은 푸드테크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MZ세대에게 각광 받는 가치소비(Meaning out,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가격·만족도 등을 따져 소비하는 것)와도 맞닿은 ‘대체식품’에 관심이 크다.
이달 같은 SPC그룹 계열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가 첫 선을 보인 식물성 대체 계란 ‘저스트 에그’를 활용한 샌드위치는 SPC삼립이 지난해 3월 미국의 푸드테크 기업 ‘잇 저스트(Eat Just)’와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의 일환이다. 저스트 에그는 녹두 추출 단백질에 강황을 더해 계란 형태와 식감을 재현했다. 콜레스테롤이 없고 비유전자변형식품 인증을 받아 안전성도 확보했다.
SPC삼립은 잇 저스트의 기술을 활용할 대체식품의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프레쉬푸드팩토리에서 액상 타입의 저스트 에그를 생산 중이다. ‘저스트 마요’와 ‘저스트 드레싱’ 등 대체 소스류도 제조할 계획이다. 비건(Vegan, 채식주의) 상품군을 확장해 B2B(기업 간 거래)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SPC삼립은 또, 직영의 프리미엄 간편식 편집숍 시티델리를 통해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와 협업을 통한 ‘언리미트 분짜 샐러드’를 출시했다. 언리미트는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 샐러드’가 개발한 100% 식물성 고기다.
지난달부터 판매를 시작한 미국의 1위 그릭요거트 브랜드 ‘초바니’도 SPC삼립이 공들여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신사업이다. 초바니는 ‘동물복지’ 프로그램으로 키운 소에서 착유한 원유를 주원료로 쓴다.
SPC삼립 관계자는 “초바니의 경우 향후 국내 원료를 사용한 제품 생산도 할 예정”이라며 “신선식품 시장 공략으로 푸드사업을 확대해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입지를 탄탄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SPC삼립의 외식 브랜드 ‘에그슬럿’은 주재료인 달걀을 국내 산란계(달걀 낳는 닭) 농장에서 동물복지인증 ‘케이지 프리(Cage-free, 방사 사육)’ 제품으로 공급받고 있다. 에그슬럿은 미국의 명물 샌드위치 브랜드다. SPC삼립과의 제휴를 통해 지난해 7월 국내에 첫 진출했다. SPC삼립은 1호점인 스타필드 코엑스점에 이어 여의도 더현대 서울점과 강남점까지 추가 출점하며 국내 햄버거·샌드위치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ESG 경영 원년…2030년 탄소배출 20% 감축
SPC삼립은 올해가 ESG 경영 원년이다. 황종현 대표는 지난 6월 환경·건강·사회·신뢰 4대 항목에 무게를 둔 ESG 경영을 공식 선포한데 이어 지난달엔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중장기적으로 △2030년 탄소·폐기물 배출량 20% 감축(2020년 대비) △건강·영양을 고려한 제품군 확장 △지역사회·협력사 상생 강화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의 목표를 달성해 글로벌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로 도약하겠단 의지를 보였다.
우선 친환경 패키지 도입에 나선다. 연내 샐러드 브랜드 피그인더가든 패키지에 사탕수수 성분을 활용한 100% 재활용 플라스틱 ‘바이오페트(Bio-PET)’를 적용한다. 식물성 소재로 만든 친환경 발포 PLA(Poly Lactic Acid) 용기를 사용한 샌드위치 패키지도 선보인다.
SPC삼립 관계자는 “ESG 경영의 적극적인 실천으로 건강한 식문화를 선도하는 등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PC삼립의 올 상반기 실적은 호조를 이어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3.0% 늘어난 1조3674억원, 영업이익은 55.3% 성장한 250억원이다. 자회사 SPC GFS 중심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유통사업은 물론 베이커리와 푸드 매출 모두 동반성장한 점이 눈에 띈다.
원맥·계란 등 주요 원재료 단가 상승 압박에 올 3월부터 양산빵 가격을 평균 9% 올리면서 수익성 개선에 힘을 받는 모습이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