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중국발 황사·미세먼지 '직빵' 맞아… 한정애·금태섭 역할 주목
서울특별시 남서부에 위치한 양천구와 최서단 강서구의 19대 대통령 선거 결과와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고 박원순 전 시장을 열렬히 지지했던 곳이다.
특히 양천구는 전국의 모든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 밀도가 가장 높다. 평방킬로미터(㎢)당 2만6211.31명으로, 여야가 4·7 재·보궐 선거에서 집중 공략해야 할 곳 중 하나다. 재건축 지지부진과 환경 악화 등으로 여당에 대한 배신감이 상당하단 점에서 유권자 마음이 어느 곳보다 흔들리는 곳이다.
강서구의 경우 양천구가 분구해 나갔음에도 여전히 넓은 면적을 자랑하고 있다. 서울 안에선 서초구에 이어 두 번째로 면적이 큰 행정구다. 김포국제공항을 품고 있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목이란 점에서 타지역 출신의 항공사 직원과 승무원도 대거 머물고 있다. 화곡동 일대는 마포와 상암, 영등포 등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포진하고 있다.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이 많은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사 인구도 그만큼 비례한다는 게 통설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유권자를 사로잡기 위한 관건은 재건축과 복지가 될 전망이다.
<신아일보>는 재보선을 일주일 앞둔 31일 서울의 길목 양천구와 강서구의 서울시장 보선 판세를 분석했다.
◇양천, 박원순 뽑았더니 돌아온 건 '규제'
보수권은 최근부터 양천구에서 호되게 혼나고 있다. 19대 대선 당시 서울에서 20.78%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곳에선 19.62%에 그쳤다. 7회 지선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평균 23.34%의 지지율을 나타냈지만, 양천에선 22.77%였다.
반면 문 대통령과 박 전 시장은 이곳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박 전 시장은 높은 기대를 받았음에도 양천구에서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다.
사실상 양천구를 상징하는 구역은 목동이다. 목동은 지난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수도권 100만호 건설 목표를 세우면서 신시가지 단지가 조성됐다. 신도시라는 점과 여의도와 가까운 입지, 양정고등학교·진명여자고등학교 등 명문 학교를 포함하고 있어 호재를 맞았다. 주로 여의도에서 일하는 고소득·전문직 인구가 출·퇴근의 편리함과 우수한 학군을 찾아 신시가지 아파트로 유입되면서 중산층 마을의 명성을 얻는다. 유흥시설이 인구 밀도에 비해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라는 것도 학구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에겐 안성맞춤 지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목2·3·4동 등 구내 주거 환경의 격차가 심각한 실정이다. 구청도 이를 알지만 박 전 시장의 강력한 재개발 억제로 답보 상태에 놓였다. 이 때문인지 박 전 시장은 6회 지선 때보다 7회 지선에서, 양천구 내 모든 행정동에서 최소 5% 줄어든 득표율을 보였다. 아파트 재건축 문제와 쓰레기 소각장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이 구민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단 평가다.
양천은 과거 보수와 진보 간 대치가 치열했던 곳이다. 갑 지역은 현재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선을 이어가고 있지만, 과거 원희룡 현 제주도지사가 3선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을 지역은 20대 국회 때까지 김용태 전 새누리당 의원을 3선 중진으로 밀어주기도 했다.
한편 양천구는 구청장의 무덤이라 불리기도 했다. 지난 2006년 지선에서의 이훈구 한나라당 후보, 2010년 지선 때 이제학 민주당 후보, 2011년 재보선 추재엽 한나라당 후보가 연이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청장직을 상실하면서 상당 기간 행정 공백에 놓인 바 있다.
과거 보수권의 전력과 여당 소속 시장에 대한 배신감이 이번 선거에서 표심으로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강서, 친환경 뒷전… "재건축·학군·교통정리"
강서구는 서울 최서단으로,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가장 먼저 '정통'으로 맞는 곳이다. 현재 환경부 장관으로 활동 중인 한정애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잡한 교통과 시들어 가는 학구열 때문인지 여야 서울시장 후보 모두 자연경관지구 해제 후 재건축 추진을 내걸고 나섰다.
특히 강서에선 마곡동이 양천구와의 중심이었고, 서울시 시내버스와 부천시 시내버스가 만나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강서구와 양천구에선 화곡역 일대가 제일 번영한 거리였으나, 목동 일대의 개발로 인해 상권 중심지는 목동 지구와 오목교역 일대로 옮겨졌고, 화곡역 일대는 현재 정체 됐단 평가를 받는다.
또 양천구는 목동 등을 기반으로 손에 꼽는 학군으로 자리 잡았지만, 강서구는 학군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등촌·가양 지구 등 기존에 조성한 일부 개발 지구의 주민 연령대가 상승하면서 학령 인구가 크게 감소했는데, 마곡 지구와 발산 지구의 학령 인구는 갈수록 늘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 통·폐합이 있었고, 2017년에는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과 한방병원 건축을 두고 주민 간 대립도 있었다.
당시 주민토론회에선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가 무릎을 꿇고 애원함에도 반대 측 주민이 "쇼하지 말라"며 거부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나아가 교통 정체와 출·퇴근길 대란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오쇠동에는 아시아나 항공 본사와 군 부대가 있어 강서 곳곳에는 항공직 관련 주민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상암과 가까워 방송직 종사자나 방송인, 연습생도 거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 5·9호선은 포화 때문에 여전히 '지옥철'이란 오명을 안고 있다. 이 때문인지 여야는 지하철 혼잡도 개선과 서부광역철도(원종-화곡-홍대) 조기 착공을 동시에 들고 나오기도 했다.
결국 강서와 양천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재건축과 친환경 도시 조성, 학군 재정비, 대중교통 개선 등 어느 부분에서도 손 보지 않으면 안 될 곳이 없는 상황이다.
강서는 양천보다 문 대통령과 박 전 시장 지지율이 높았던 곳이다. 또 지난 2016년 강서구 을 지역은 20대 국회 서울 지역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부자연스럽게 선거구를 정하는 일) 논란에서 '끝판왕'에 등극하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이 지역을 장악했고, 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대 국회 민주당에서 소신 인사로 유명했던 금태섭 전 의원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