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중 도심 중구… '먹자골목·유동인구' 많아 전략지로 꼽혀
서울 종로구와 중구는 대한민국의 축약체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 등 행정부 주요 기관이 집약했고 외교부는 물론 각 나라의 대사관과 관저도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정부를 감시하기 위해 광화문 등지에는 주요 언론이 버티고 있고, 아래 중구에는 수도 서울의 시청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 관광의 대명사 명동과 동대문을 포함하고,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은행 업계도 포진하고 있다.
나아가 종로구와 중구 경계선에 있는 인사동과 종로, 을지로, 청계천 등은 서민의 애환이 녹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안국역과 시청역 일대에는 조계사, 천주교 서울대교구(명동대성당), 영락교회, 천도교 회관 등 불교와 기독교, 토속신앙 등이 있는 핵심 종교적 지역이기도 하다.
빈부격차도 크다. 종로구 북쪽은 대한민국 1% 부촌의 상징 평창동이 있다. 사생활을 중시하고, 경제적으로 부유해 대중교통 수단도 열악하다는 게 통설이다. 반면 동쪽 창신동과 중구 신당동 일대는 여전히 노후 건물이 산재하고, 서울 동북권과 서북권의 연결망이자 도심지를 잇는 대동맥 종로는 여전히 교통 체증이 심각하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신아일보>는 26일 서울의 중심 종로구와 중구의 판세를 분석했다.
◇'정치 1번지' 종로, 다시 한 번 "오세훈" 밀어줄까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이변이 있었다. 16대 총선 이후 서울 종로구는 진보든 보수든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 후보를 한 번도 지지해준 적이 없다.
한때는 보수 강세 지역으로 분류돼 11~15대까진 연이어 보수 진영에서 여당 후보가 종로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과거 신한국당 소속으로 이곳에서 의원으로 활동할 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자진 사퇴한 후에는 계속해서 야당으로 출마하는 후보의 손만 들어줬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이낙연 의원은 20년 만에 이같은 징크스(불운)를 뒤집고 종로에서 당선됐다.
종로가 대한민국 정치의 상징으로 꼽히는 이유는 정권 '심판'에 기민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깬 기록을 배제하면 종로는 여전히 집권당에 야박한 곳인데, 이곳은 특히 선거에서 낙선하면 정치 인생이 끝나거나 후퇴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당시 이 의원과 맞붙었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큰 차이로 꺾인 후 현재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입은 실정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 나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는 더욱 뼈 아픈 곳이기도 하다. 오 후보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때 정세균 현 국무총리와 붙어 11%포인트 차이로 낙선했다. 이후 보수 공당 안에선 입지가 좁아져 정치적 위기를 맞은 바 있다.
반대로 이곳에서 생환한 정치인은 대통령 선거 주자에 오를 정도의 거물로 인정 받는다. 이곳을 거쳐간 대통령만 3명으로, 윤보선·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했다. 지금은 이 의원과 정 총리가 차기 대권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정 총리는 종로에서 내리 재선에 성공하기도 했다.
네 번의 총선과 한 번의 도지사 선거를 치른 이 의원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국단위 선거에서 진 적이 없다. 이런 거물급 인사가 현재 박영선 민주당 후보 뒤에 있기에 오 후보에게 있어서 종로는 힘든 싸움터가 될 공산이 크다.
특히 이 의원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박 후보는 심지어 선거대책위원회도 종로에 꾸렸다. 일각에선 박 후보 선거캠프 근방에 위치하고 있는 일부 공공기관이 박 후보를 암묵적이면서도 대대적으로 돕고 있다는 후문까지 들릴 정도다. 진보 진영이 꽉 잡고 있는 곳처럼 보인다.
실제 총선에서도 내리 세 번을 민주당이 석권했다는 점에서 자칫 종로는 진보권이 장악하고 있는 곳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다만 과거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결과를 보면 오 후보는 언제든 이곳 표심을 돌릴 수 있다. 지난 4회 지선 당시 서울 광역단체장 투표에서의 종로 개표 수를 보면 오 후보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를 59.59% 대 27.48%로 압도적으로 제압한 바 있다.
◇'얄짤 없는' 중구… 여당이든 야당이든 잘못하면 '심판'
지난 2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오 후보를 비롯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야권 중책 인사는 모두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였다. 시청을 마주하고 있는 곳이자 세종대로를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청와대가 보이는 곳이다. 국민의힘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유세 지원 연설을 할 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자랑스러웠는가, 문 대통령이 자랑스럽나, 부끄럽고 부끄럽지 않느냐"며 청와대와 시청이 들리도록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오 후보는 같은 날 야권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 등과 남대문시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남대문시장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이 장악하고 있다가 해방 후에는 염천교 등으로 밀려났던 한국인 상인이 다시 돌아와 재기를 꿈꾸던 곳이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벌어졌고, 1960~70년대에는 화재 등으로 여러 차례 수난과 피해를 입은 상처가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치르기 전이었던 지난 1월 박 후보와 이낙연 당시 대표, 박 후보와의 경선을 준비 중이던 우상호 의원은 남대문시장에서 조우했고, 상인회를 만나 "어려움을 함께 넘자"고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중구에는 남대문시장 외에도 북창동 먹자골목과 무교동 음식 문화의 거리, 오장동 냉면 거리, 인현시장 먹자골목, 을지로 노포 거리, 장충동 족발골목, 신당동 떡볶이 거리 등 요식업계가 대거 몰려 있는 곳이다. 코로나19 타격에 가장 예민했을 수밖에 없고, 실정을 고려하면 정부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가장 많이 내제돼 있을 공산도 크다.
실제 일부 행정구와 달리 중구는 한 정당을 맹목적으로 밀어주지 않는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14대 총선부터 이곳은 여야 의원을 번갈아가며 지지했다. 14대 총선에선 민주당, 15대 총선 때는 신한국당, 16대 총선의 경우 새천년민주당, 17·18대 총선 한나라당, 19대 총선은 민주통합당이 의석을 가져갔다. 심지어 중구성동 갑·을로 나뉘었던 20대 총선 때는 갑 지역은 민주당이, 을 지역은 새누리당이 의석을 차지했을 정도로 냉정한 곳이다.
4회 지선 때 오 후보는 이곳에서 평균 득표율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박 전 시장도 6·7회 지선 때 중구에서 만큼은 평균 특표율보다 낮은 득표율을 얻었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구는 이름 그대로 서울 중심지에 있고, 유동 인구가 많다는 점에서도 전략지로 꼽힌다. 특히 각 정당 후보가 한강 이북 지역을 돌아다녀야 할 때는 십중팔구 지나가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의 표심 읍소는 어느 곳보다 더욱 힘을 들여야 한다는 평가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