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자연·희망 등 기본 개념에 충실
단순히 '살 곳'을 제공하던 공공주택이 '살고 싶은 집'으로 진화하고 있다. 청년에는 꿈을 키우는 공간, 신혼부부에는 가족의 미래를 가꾸는 공간, 그리고 노년층에는 편안한 노후를 즐기는 공간이 되는 것. 이것이 공공주택이 추구하는 역할이자 미래다. 이런 미래상을 현실로 그려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공공주택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건축사들이다. 올해 LH 설계공모 당선작을 배출한 건축사들의 손끝에서 우리 삶을 변화시킬 공공주택을 만나봤다.<편집자주>
화려함이나 새로움을 추구하기 앞서 '집의 본질'에 우선 집중하는 건축사사무소가 있다. 입주민 삶을 중심에 둔 설계는 집을 가장 집답게 만드는 기본 요소가 됐다. 편하게 쉴 수 있고, 주변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며, 그 속에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집. 바로 다인건축그룹이 그리는 집이다.
◇ 제대로 쉴 수 있는 '집'
3일 다인그룹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설계 공모를 통해 '수원당수 B3블록 신혼희망타운'과 '화성능동 B-1블록 신혼희망타운'을 설계했다.
이 중 수원당수 B3블록 설계는 '휴식이 있는 공간'과 '자연을 담은 공간'을 그려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우리가 집을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쉼'이다. 다인건축그룹은 이런 생각에 맞춰 주거공간을 맘 놓고 쉴 수 있는 휴식처로 꾸몄다. 아이가 뛰어놀기 좋은 단지, 임산부를 배려한 안전한 단지, 일상의 휴식처가 될 수 있는 단지를 만든다는 목표로 설계에 매진했다.
이를 위해 우선 주변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단지 곳곳에 휴양림에 온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산책길을 계획했다. 산책길은 미세먼지와 매연, 갑갑한 사무실 공기에 지쳐있던 입주자들이 향긋한 풀 냄새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또, 여름에는 미스트 분수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겨울에는 칠보산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테라스 공간도 제안했다.
집이라는 공간이 쉼터로 느껴질 수 있도록 세대 설계에도 신경 썼다. 서쪽에는 칠보산, 남측에는 수변공원이 있는 사업지의 조경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3면 개방형 전략적 특화 평면을 제안했다.
접지층을 활용할 수 있는 세대는 테라스형으로 설계해 조그만 마당을 선사했다. 아파트에서 만나기 어려운 마당을 작게나마 조성해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모든 세대를 맞통풍 구조로 계획해 건강한 주거환경을 추구했다.
지하는 전체 2개 층으로 100% 순환형 주차 동선을 계획했으며, 지하주차장을 통해 어린이집에 등원을 할 수 있도록 드랍오프존도 설계에 담았다. 이곳은 엘리베이터 및 안전보행로를 통해 신혼부부의 자녀가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했다.
휴식의 일환인 여가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시설도 계획했다. 동쪽 25m 도로변 주민체육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입주민 커뮤니티 시설을 제안했다. 남측 수변공원에는 리조트형 게스트하우스를 계획해 누구나 편히 머무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 누구에게나 열린 단지
화성능동지구 B-1블록 디자인은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플랫폼 '희망 풀풀(full full) 단지'라는 개념에서 시작됐다.
전체적으로는 주변 녹지공간을 연계한 열린 단지를 추구하면서 북측 단독주택지와 구봉산을 향한 저층 주동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어떤 세대가 들어와도 불편함이 없도록 다양한 거주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주거공간도 구상했다. 입주민 모두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광장형 중심 공간을 계획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했다.
여기에서 신혼부부는 육아를 공유하고, 아이 생애 주기에 맞춘 생활환경과 자연 친화적인 보육환경을 누릴 수 있다. 커뮤니티 공간은 통일적인 디자인으로 조성하되, 시설마다 특색이 드러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와 함께 주변 공원 및 단지와 학교 가는 길이 연계될 수 있도록 단지 내부 주요 보행로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계했다. 단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단지, 더 나아가 입주민 생활반경을 고려해 지역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
다인건축그룹 관계자는 "건축은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것이지만, 만들어진다고 해서 건축이 되는 것이 아니다"며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그 순간부터 비로소 건축이라는 것이 완성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