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전국의 논밭이 메말라가고 있다. 논밭을 바라보는 농심(農心)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가뭄은 소박한 농촌마을의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오순도순 살아왔던 마을에서 물 사용을 두고 이웃 간 분쟁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한 방울의 비라도 내려주길 간절히 빌며 전국 각지에서 기우제까지 열리고 있다.
2017년 여름, 대한민국은 또 다시 나라 전체가 가뭄으로 신음 중이다. 그 중에서도 충남 서북부 지역의 가뭄 피해가 악화일로다.
충남 서북부 지역 8개 시·군에 물을 공급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은 10%로 떨어지며 8% 추락을 앞두고 있다. 2015년 제한급수의 악몽이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당장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모내기를 마친 뒤 말라버린 논이 충남에서만 160ha에 이르고 있다.
국가 식량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서산 AB지구의 피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염도 상승으로 고사 피해가 속출하면서 모내기를 두 번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재이앙을 한다해도 비가 계속해서 내리지 않는다면 사실상 올해 농사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농민들은 입을 모은다.
산업현장도 최악의 가뭄을 피해갈 수는 없다. 우리나라 3대, 세계 5위의 대산석유화학단지는 공업용수를 대는 대호호의 저수율이 연일 떨어지면서 당장 공장 가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면한 가뭄 극복을 각 지자체는 관정 개발과 양수장 설치, 저수지 준설 등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민관이 합심해 수돗물 절약운동을 벌이고, 급수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그렇지만 충남 지역의 올해 평균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가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충남 서북부 지역의 가뭄이 매년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가뭄 극복을 위한 중장기적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키워드인 ‘공유’와 ‘네트워크’ 개념을 물 관리 분야에도 적극 활용하면 어떠할까 생각된다.
우리는 교통이 불편하면 도로를 새로 개설한다. 또 기존에 건설된 도로를 서로 연결해 그 효율성을 높이곤 한다.
물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지역에서 부족한 지역으로 보내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가뭄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도수로 운용 확대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충남도의 경우 보령댐이 경계단계에 진입한 지난 3월부터 보령댐 도수로 가동이 시작됐다.
금강 백제보와 보령댐 21Km를 잇는 이 도수로 운용을 통해 하루 11.5만 톤의 물이 유입돼 농업·생활·공업용수로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 없었더라면 보령댐을 통해 물을 공급받는 8개 시·군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은 일찌감치 큰 불편을 겪었을 것이다.
나아가, 광역상수도이용자인 이 지역 주민들의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서는 현재 경계단계에서 운용되는 도수로 운용 기준을 관심단계로 상향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이미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우리나라는 기존의 댐과 하천, 저수지의 물길을 서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을 서로 연결하는 것은 가뭄 극복뿐만 아니라 국지적인 홍수 예방, 수자원의 효율적인 이용 측면에서도 많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충남의 경우는 효율적인 용수 배분이 시급하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발된 담수호인 아산호는 80%가 넘는 저수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삽교호와 대호호는 고갈 위기를 맞고 있다.
문제는 관로가 없어 이 물을 적시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가뭄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물 부족으로 농사를 못 짓고 고민하는 일만은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서산시의회 우종재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