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2023년)을 시작으로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둘째, 셋째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취업혁신 △서민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최근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증거물로서 녹취파일이 자주 등장한다. 아울러 CCTV 자료도 종종 제출되곤 한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녹취가 용이해지고 CCTV가 점점 더 많이 설치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증거자료는 고용노동청이나 노동위원회에서 제3자의 진술서나 확인서보다 객관적인 신빙성을 담보하는 자료로 인정받는 추세다. 이에 따라 그 활용도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는 시설물의 안전이나 보안을 위해 CCTV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은 인사관리, 즉 근태관리 및 징계를 위한 수단으로 CCTV를 활용하는 데 있다. '근태'는 출근, 결근, 지각, 조퇴와 같은 근무 태만을 관리하는 의미로 주로 사용되지만 넓게는 근무 태도 전반을 포함한다. 근무 태도는 조직문화와 근로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근로자 입장에서는 CCTV가 감시와 감독의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인식되기 쉬워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노사 간 잦은 분쟁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판례가 있다.
대법원 판례(2018도1917, 선고일자:2023-06-29) 사건으로 회사가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으로 사업장 곳곳에 51대의 CCTV를 설치하자 이에 반발한 노조가 CCTV 카메라에 검정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을 하지 못하게 막은 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업무방해죄로 고소한 사건이다.
이러한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 1차적인 원인은 개인정보보호법 규정상 해석에 따른 모호한 점이 있기 때문인다. 우선 사용자의 입장은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운영 제한) 제3호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cctv를 설치 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한편 노조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1항을 근거로 해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때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동규정 제6호는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는 경우라도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자의적인 적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회사가 공장부지에 영상정보처리기기인 CCTV 카메라를 설치해 영상을 통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제1항의 일반적인 개인정보 수집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과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는 경우 개인정보의 수집은 예외적으로 엄격한 요건을 요하고 CCTV를 통한 회사의 정당한 이익 달성이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그 촬영을 방해한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CCTV 설치와 운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근로자는 CCTV가 감시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회사는 안전과 보안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실제 두 입장 모두 일정 부분 타당성을 갖고 있어 매번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지나치게 소요되는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앞으로 이러한 갈등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소관 부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관련 사례집을 작성, 유사한 사안에서 노사 간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곤 노무법인 아성 대표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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