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중단 조치 연관된듯… 업계 '당황'
중국 정부가 최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일환으로 자국민의 한국 관광 금지령을 내린 가운데, 한 국제크루즈선을 타고 제주에 온 중국 단체 관광객 전원이 배에서 내리는 것을 거부한 일이 발생했다. 이 배에 탄 관광객은 3천여명이나 된다.
12일 제주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께 제주에 온 국제크루선인 코스타 세레나호(1만1000t급)가 제주항 외항에 기항했지만, 크루즈에 탄 중국인 관광객 3400여명은 배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국제 크루즈가 제주에 기항해온 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20년간 승객 전원이 하선을 거부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후쿠오카를 출발해 제주에 도착한 이 크루즈선은 결국 승객 전원이 하선하지 않은 채 기항 4시간 만인 오후 5시께 다음 기항지인 중국 톈진으로 출항했다.
입국 수속 등 출입국·통관·검역(CIQ) 요원과 제주항 외항을 위탁 관리하는 해운조합 등은 이들 관광객의 하선 거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을 맞을 준비하던 면세점 등 유통업체도 하선 거부 소식에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었다.
도 관계자는 "크루즈가 기항하는 순간까지도 아무런 통보가 없다가 배를 댄 뒤에서야 승객 하선을 취소한다고 현지 여행사가 통보해왔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탈리아 국적인 코스타크루즈 선사는 오는 16일 이후부터 6월까지 총 52회 제주에 기항할 예정이던 코스타 세레나호와 코스타 아틀란티카호(8만5000t) 등 2척의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다행히 12일 제주항에 입항한 코스타 아틀란티카호 승객 2300여명은 정상적으로 하선해 제주 관광을 하고 있다.
탑승을 거부한 코스타 세레나호 크루즈선 탑승 관광객들은 중국 모 기업 인센티브 관광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0일 제주도가 발표한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에 따른 일일동향'에 따르면 9일까지 30개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유커 11만7588명이 제주 관광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제주와 중국내 23개 도시를 잇는 159개 항공편도 무더기 중단되거나 감편돼 9개 도시 33편만 운항될 예정이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제주도는 중국 '소비자의 날'인 15일쯤 예약 취소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고 중국 현지 및 도내 여행업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