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하락에도 불구 2020년까지 66만㎡ 공급
12일 부동산업체 교보리얼코 조사 결과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여의도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9.15%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시기 강남권의 7.89% 나 광화문·종로·을지로 등 강북 도심권의 9.08% 보다 높은 수치다.
주요 대기업들의 사업장이 위치한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의 경우 여의도와 서울 내 다른 주요 업무지구와의 공실률 격차가 더욱 크다. 강남권(7.16%)과 강북 도심권(8.45%)에 비해 여의도(15.08%)가 두 배 정도 빈 사무실이 많다.
이처럼 여의도 오피스 빌딩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은 전통적으로 여의도 오피스 빌딩에 터를 잡고 있던 증권사들이 최근 속속 짐을 싸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4일 대신증권이 명동에 지하 7층~지상 26층·연면적 5만3328㎡의 대신파이낸스센터신사옥을 완공하고 여의도를 떠나게 됐다.
지난달 말에는 미래에셋대우가 IT 부서를 제외한 본사 전 부서를 을지로 센터원 빌딩으로 이전을 시작해 이달 초에 본사 이전을 완료했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탈 여의도 바람은 지난 2005년 증권거래소가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본격화됐다. 2012년에는 한국금융위원회가 여의도에서 광화문으로 이전했고 2014년에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역시 부산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증권사들 입장에서 주식시장을 관장하는 공공기관들이 속속 여의도를 탈출하는 상황에서 여의도에 미련을 둘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방송사들의 탈출 러쉬도 잇따랐다. 2014년 9월 MBC가 여의도에서 상암동으로 이전한데 이어 2015년 1월에는 JTBC가 여의도를 떠나 상암 사옥으로 이전했다.
이처럼 여의도에 뿌리를 둔 굵직한 기관들이 하나 둘 씩 새 둥지로 이동하며 여의도 오피스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급은 계속돼 공실률 증가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우선 내년 상반기 K타워(4만7388㎡)를 시작으로 2018년 하반기 교직원 공제회 신사옥(8만3381㎡)이 새로 들어서며 2020년 파크원(39만1067㎡)이 들어서는 등 앞으로 3년간 여의도에는 총 66만㎡ 규모의 오피스 공급이 예정돼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세빌스코리아 조사 결과 현재 여의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오피스 빌딩인 IFC 빌딩의 공실률은 69%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까지 IFC 빌딩의 세 배 이상 되는 오피스 빌딩이 공급될 경우 공실률 문제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더 대표는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증권업계 불황 등으로 당분간은 여의도 오피스 시장이 활성화 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과거 강남 오피스 시장이 스타트업 기업 이전으로 공실률 문제를 해결했듯이 여의도 오피스 시장도 새로운 업계를 이 지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임진영 기자 imyou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