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리' 홍만표·정운호는 구속영장 발부…로비 수사 탄력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날이 롯데로 향했다.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호텔 면세점 입점 과정에서의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서울메트로에 이어 롯데호텔 면세점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2일 오전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신 이사장 아들 장모씨가 운영하는 해외 브랜드 유통업체 등 6~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장소에 검사와 수사관 10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협력사 입점 계약서, 회계 장부, 거래일지 등을 확보했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맏딸이자 호텔롯데 면세점 사업부의 등기임원이다.
검찰은 그동안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 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정 대표가 신 이사장을 겨냥해 수십억원대 금품 로비를 벌인 단서를 잡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의 부탁을 받고 브로커 역할을 한 한모(58) 씨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을 위해 신 이사장 등 롯데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정 대표도 최근 검찰에서 금품 로비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신 이사장과 한 씨가 친분이 있다는 얘기도 돌았지만 신 이사장 측에선 "안면만 있는 사이다. 금품수수는 전혀 없었다"며 적극 부인해왔다.
한씨는 군 관계자에게 청탁해 군대 내 매장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의 화장품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정 대표에게서 5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됐다.
한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및 매장 운영 과정에서도 브로커 역할을 하며 정 대표에게 수십억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또 정 대표가 한씨와 계약을 해지한 후 신 이사장의 아들을 통해 직접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정 대표는 2014년 7월 한씨 측과 거래를 중단하고 B사와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다. B사는 신 이사장의 장남 장모씨가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한씨와의 계약 체결과 해지, B사와의 신규 거래 과정에서 정 대표가 롯데 측에 로비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롯데 측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롯데가 의혹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파기한 정황을 포착해 관련자들의 증거인멸 혐의도 수사할 방침이다.
또 정 대표와 한씨를 상대로 신 이사장, 롯데호텔 면세점 측에 '면세점 입점 대가'를 건넨 것인지 여부와 함께 정 대표가 매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롯데 전·현직 임직원에게 뇌물을 건넸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신 이사장과 아들 등에 대해선 출국금지 조치하고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8월이 확정됐던 정 대표는 오는 5일로 예정돼 있던 석방 예정일에 출소하지 못한 채 다시 구속수사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정 대표와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변호사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혐의로 청구한 홍 변호사의 영장을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발부했다.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정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같은 사유로 발부됐다.
검찰이 정 대표와 홍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정 대표가 법조계를 비롯해 전방위적인 구명 및 사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