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상술론 소비자 지갑 열기 어려워
손님 끌기식 일회성 행사로 끝나선 안돼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행사가 본격 시작됐다. 백화점 71개, 대형마트 398개, 편의점 2만5400개, 전통시장 200여 개, 11번가와 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 등 총 2만7000여곳이 대거 동참했다. 소비심리를 되살릴 수 있을 지 기대가 크다.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유통가의 최대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본떠 개최되는 행사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는 매년 1월 넷째 주 금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부터 성탄절까지 열린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 앞에서 전날 저녁부터 줄을 길게 서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얼마나 싸게 물건을 살 수 있으면 저렇게 전쟁을 방불케 할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곤 했다.
그 해답은 수치를 보면 확연히 나온다.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세일 시즌 기간에는 가전제품,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을 정상가에서 최대 80% 할인판매해 연간소비의 20%가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세일기간에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질 정도다.
이 처럼 큰 효과를 보고 있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를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벤치마킹했지만 차이는 있다. 행사 기간도 짧다. 미국은 연말까지 제법 길지만 우리는 2주간 진행된다.
또 정부가 행사를 도입하고 유통업체가 참여하면서 업체가 자발적으로 할인행사를 주도하는 미국과는 다르다.
그러다보니 기업 입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특히 미국은 제조사들이 주도하는 세일을 하다보니 할인 폭이 큰 반면 우리는 유통업계가 주도하다보니 ‘파격적 할인’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할인 폭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 ‘반쪽 행사’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최대 할인율이 미국과 비슷한 50~70%이지만 미끼 상품만 크게 할인한 것은 아닌지 잘 따져봐야 한다.
추석 명절 직후 개최된 점에서 백화점 가을 정기 세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잘못하면 소비 진작은 고사하고 불신 풍조만 조장하기 십상이다. 손님 끌기식 일회성 행사로 끝나선 안된다는 뜻이다.
업체들의 적극적 참여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소비시장 흥행카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국내 해외 직구족들의 마음을 돌리고 다른 나라에서도 주목하는 세일 행사가 되길 바란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창고에 쌓아둔 재고품을 할인하는 얄팍한 상술로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어렵다. 할인행사답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눈길을 끌 수 있다.
소비자들도 충동 구매는 자제해야 한다. 사전에 원하는 상품들을 미리 정리해 보고, 제품의 질도 면밀히 따져봐야 하고, 교환이나 환불 제도도 사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계획적인 상품 구매는 만족감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연례행사로 정례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소비관련 동향을 보면 지난 8월 이후 점차 소비가 회복 되고 있는 추세다. 아무쪼록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성공적으로 열려 내수 활성화의 불씨를 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