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아닌 통찰을 주는 AI,
할루시네이션의 창조적 가치
2025년 산업계에 폭풍이 불고 있다. 글로벌 맹주 미국은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정부가 장악했다. 한국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언인 "정치는 4류"란 말이 다시 소환될 정도로 혼란에 빠졌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산업계는 숨을 헐떡이고 있다. 이에 <신아일보>는 폭풍 이슈 속 산업계 변화 및 대응방안을 짚어주고 업계도 숨 쉴 수 있는 '전문가의 방'을 월요일 마다 개방한다.
이번 월요일엔 문경호 플랜얼라이언스 대표의 'AI 할루시네이션'이 문을 연다. / <편집자 주>
![인간과 AI로봇이 소통하는 모습.[사진=]](/news/photo/202502/2009324_1122472_5535.png)
- 문경호 플랜얼라이언스 대표

주변의 몇몇 분들은 AI(인공지능) 할루시네이션, 즉 ‘환각’이라는 거짓 답변 때문에 AI 사용을 주저하게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AI는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해 답변하기 때문에 그럴듯해 보이는 거짓 정보를 자주 제공한다. 그래서 질문자들은 이 답변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고 토로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오랜 정보 검색 습관이 포털 기반의 팩트 체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Open AI의 창업 멤버이자 세계 3대 AI 과학자로 꼽히는 안드레이 카파시는 이러한 AI의 할루시네이션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는 이 현상이 단순한 오류가 아닌 AI만의 고유한 특징, 즉 창의력이라고 강조한다. AI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내용을 생성할 수 있는 이 특별한 능력은 오히려 평가받아야 할 AI만의 가치라는 것이다.
카파시는 AI가 구글처럼 정확한 팩트 기반의 정보만을 제공한다면 이는 단순한 데이터 검색 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진정한 AI의 가치는 기존 정보를 재조합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창의적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기업에서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과도 일맥상통한다. 회사는 단순히 특정 팩트 기반의 정보를 잘 찾아오는 사람보다, 그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을 진정한 인재로 평가한다. 이것이 바로 구글과 같은 포털 검색과는 차별화되는 AI만의 특징이자 강점인 것이다.
우리가 지인 또는 멘토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들로부터 단순한 사실관계가 아닌 그들의 경험과 통찰이 담긴 조언을 듣고 싶어 한다. 이때 지인의 답변이 반드시 검증된 사실일 필요는 없다. 그들의 주관적 경험과 간접적 지식을 재조합한 혜안이 우리에게는 더 큰 가치를 준다. 유명 컨설턴트나 전문가를 찾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들의 창의적 인사이트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수년간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통찰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AI의 할루시네이션은 오히려 환영 받아야 할 특성이다. AI는 인류가 생성해온 문명화된 모든 데이터를 이미 학습했고 이를 재구성해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이는 마치 창의적인 인간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지드는 "모든 것은 이미 세상에 존재한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인간이 과거를 기억해내지 못하니 과거 정보를 재조합해서 대중에게 환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간을 설명하는 멋진 말들은 이미 아리스토텔레스가 대부분 남겼고 그 마저도 니체가 재해석해 표현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지만 모방과 재조합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적 결과물은 무궁무진하다.
결국 인간이 기존 지식을 모방하고 재조합하면 창의력이라 부르고 AI가 같은 일을 하면 환각이라 평가하는 것은 AI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AI의 할루시네이션은 기존 데이터의 학습, 모방, 재조합이라는 창의적 과정의 결과물이다. 이는 AI의 핵심적인 특성이다. AI는 단순한 팩트 검색 도구가 아니라 할루시네이션이라는 창의력을 탑재한 혁신적인 도구로 이해돼야 한다.
우리가 AI를 사용하는 진정한 이유는 최신 정보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를 뛰어넘는 창의적 능력으로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기 위해서이다. 이제는 AI의 할루시네이션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할 것이 아니라 이를 새로운 창조적 도구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