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새 전산시스템, 불법 공매도 적발률 99%"
이복현 "새 전산시스템, 불법 공매도 적발률 99%"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5.02.2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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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위법 우려 사례 CEO 승인 단계 통제 가능
해외·개인 투자자 신뢰 위한 공매도 재개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시 인프라 개선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이민섭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시 인프라 개선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이민섭 기자)

"공매도 금지 원인이던 글로벌 투자은행(IB)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를 대상으로 새로 구축한 중앙점검시스템(NSDS)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99% 가깝게 적발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시 인프라 개선 열린 토론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3월31일 공매도 재개 전까지 공매도 NSDS 시스템을 고도화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3년 11월 공매도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면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당초 지난해 6월 재개될 계획이었지만 공매도 전산화 등 제도 개선이 마무리되지 않아 금지 기간을 연장, 내달 31일 공매도를 재개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와 국내외 기관투자자 등은 자체 전산시스템 구축과 내부통제 기준 마련 등 무차입 공매도 방지 조치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 원장은 "증권사 내 독립거래단위에 기반해 공매도를 운영하면 대부분의 불법 사례는 물론 위법 우려가 있는 대차 거래, 특정 개인·팀 단위 일탈에 따른 무차입 공매도 등은 결국 CEO(최고경영자)가 관여하는 승인 단계에서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 전산화 준비 작업 이후 금융위원회에 보고해 최종적인 검토를 거칠 계획"이라며 "다만 금감원과 한국거래소가 준비한 제도 개선 내용이 불법 공매도를 적발하는데 적절한지, 추가적인 공매도 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수준인지는 금융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주식시장 기업 평가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상대적 비우량 기업들과 관련해 전면 공매도 재개가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우려를 알고 있다"면서도 "변동성은 줄이되 가능한 해외·개인 투자자들에게 시장 신뢰를 얻는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다양한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재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일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에 따라 확정된 하나·KB·한국투자증권 등 9개 증권사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 운용 관련 위법 사항에 대해 가벼이 볼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랩·신탁은 개별 투자자와 일대일 계약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상품으로 증권사는 법인 자금 유치를 위해 시중 예금금리에 1.0%포인트(p) 추가 금리를 더 제공하는 채권형 랩·신탁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관행처럼 증권사 운용역은 목표 수익률 달성을 위해 불법 자전거래, 즉 돌려막기를 통해 법인 계좌 간 손익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보전해 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2023년 5월부터 랩·신탁 운용 실태 현장검사에 착수하고 문제를 들여다봤다.

그 결과 금융위는 이들 9개 증권사에 대해 과태료 총 289억7200만원을 부과하고 SK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에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고 SK증권은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특히 교보증권의 경우 사모펀드 신규 설정 관련 업무 일부를 1개월간 정지하는 제재도 함께 의결했다.

이 원장은 "과징금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상당히 높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돌려막기에 대해 금융위 증선위가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며 "올해 정기·테마 검사에서도 돌려막기를 포함, 유사한 형태 위법 사항이 확인된다면 더 엄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언급하며 강도 높은 감사 및 제재를 시사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장기화와 관련해 그는 "불공정거래나 불법행위와 관련된 문제, 투자자 관련 공시·정보제공에 문제가 없다면 개입을 안 할 것"이라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중요하고 정기주총 이후 다양한 상황을 보면서 역할이 있다면 하겠다"고 전했다.

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