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기업 여성 사외이사 증가세 꺾였다…1년새 3명↑
100대기업 여성 사외이사 증가세 꺾였다…1년새 3명↑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5.01.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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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최소 기준만 채워"…이사회 여성 비율 0.2%포인트 하락
70곳 여성 사외이사 1명…전문성 높은 여성 인재풀 확대 시급
5개년 이사회 내 여성 진출 비율.[사진=유니코써치]
5개년 이사회 내 여성 진출 비율.[사진=유니코써치]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사외이사 수는 전년 대비 3명 증가한 110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사회 내 여성 임원의 비율은 0.2%포인트 하락하며 둔화된 증가세를 보였다. 여성 사외이사를 단 한 명만 두고 있는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22일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 분석' 결과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은 24.2%로 소폭 증가했지만 이사회 전체의 여성 비중은 감소세를 기록했다. 100대 기업의 여성 사외이사 보유 기업 수는 전년 88곳에서 90곳으로 증가했지만 여성 사외이사를 1명만 둔 기업은 70곳에 달했다.

법적 요건의 시행 이후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가파르게 증가했던 여성 사외이사의 비율은 작년 들어 1%포인트 미만의 상승에 그쳤다. 이는 대기업들이 최소 요건만 충족하려는 경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00대 기업 사외이사는 총 454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여성은 110명이었다. 이들 사외이사의 연령대를 분석하면 1960~1964년생이 144명(31.7%)으로 가장 많았고 1970년대 이후 출생자는 76명(16.7%)을 차지했다. 특히 1980년대생 사외이사는 전체 9명 중 8명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1980년대생 여성 사외이사로는 △김정연(1980년) 한화손해보험·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현낙희(1980년) 한화오션 △인소영(1981년) DL이앤씨 △전미영(1981년) 롯데쇼핑 △최자원(1981년) BGF리테일 △박소라(1983년) E1 △이현주(1985년) 지역난방공사 사외이사가 포함됐다. 이중 정기보고서에 따르면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김정연 사외이사는 1980년대생이면서 100대 기업 내 2곳에서 이사회에 참석하는 유일한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중 110명이나 되는 여성 이사만 따로 떼어놓고 살펴보면 1964년생·1971년생·1972년생이 각각 8명씩으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1964년생 중에는 △강정혜 LG디스플레이 △이행희 포스코인터내셔널 △최윤희 현대차 사외이사 등이 포함됐고 1971년생 중에는 △강수진 LG전자 △남혜정 롯데케미칼 △정소민 기업은행 사외이사 등이 동갑내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1972년생에는 △한애라 SK하이닉스 △김연미 이마트 △윤종원 GS리테일 사외이사 등이 같은 해에 태어났다.

동일인이 100대 기업 내 2곳 이상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여성 임원도 1980년생인 김정연 사외이사를 포함해 11명으로 파악됐다. 해당 여성 사외이사에는 △김성은(한국전력공사, HD현대미포) △여미숙(LG에너지솔루션, CJ대한통운) △이아영(한화솔루션, 지역난방공사) △이은형(S-Oil, 두산에너빌리티) △이인실(한화생명, 삼성SDS) △이젬마(미래에셋증권, HMM) △조승아(현대제철, KT) △조혜경(삼성전자, 현대건설) △조화순(기아, LG화학) △황덕남(고려아연, 롯데웰푸드) 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기준 454명의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를 주요 경력별로 구분해 보면 대학 총장과 교수와 같은 학계 출신이 39.4%(179명)로 가장 많이 분포됐다. CEO와 임원 등 재계 출신은 24.4%(111명)로 다음으로 높았다.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지자체 등에서 재직해 온 행정 관료 출신은 15.2%(69명) 수준이었다. 행정 관료 출신 중에서도 장·차관급 고위직 출신만 해도 35명으로 7.7%로 나타났다. 판·검사 및 변호사와 같은 법조계 출신은 12.3%(56명) 정도였다. 아직까지는 전문성이 높은 대학 교수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활약하는 110명의 여성 사외이사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학계 출신이 51.8%(57명)로 최다였다. 다음으로 재계(19.1%, 21명)와 법조계(18.2%, 20명) 출신 순으로 높았다. 이중 여성 사외이사 중에서는 △박순애 전 부총리겸 교육부장관(KG모빌리티)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풍산) △이인실 전 통계청장(한화생명) 등이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경희 유니코써치 전무는 "대기업 등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려고 할 때 법적 요건과 직무 전문성을 갖춘 여성 인재가 제한적이다 보니 여성 인재풀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며 "투명하고 신뢰받는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다양한 산업과 직무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여성들이 사외이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후보군을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관리하는 방안 함께 사외이사 영입 이후에 전반적으로 이사회 구성원 전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평가 등도 강화되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