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정부는 이 주간을 아동학대예방주간으로 선포하고 각종 홍보활동과 언론보도를 통해서 아동학대 인식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20여 년 종사하면서 아동학대가 발생한 가족과 아동을 돕고 있다. 지금까지 위기에 있는 가족을 도우며 깨닫게 된 아동학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 두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아동학대는 발견과 예방이 중요하며 그 주체는 모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2023년 주요 통계를 보면 학대로 판단된 사건의 가정 내 양육자에 의한 학대는 85.9%이고 이 중 피해아동이 원가정에 그대로 보호되는 경우는 90.2%에 달한다. 학대의 발생과 피해아동의 보호가 가족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이웃의 자녀에도 관심을 가지고 초기 위기 상황이 큰 사고로 발전되기 전에 발견하여 적절한 도움을 연결해야 한다. 아직까지 도움을 위해서는 신고가 필요한 것이 아동학대 대응이다. 한 통화의 전화가 위기에 빠진 가족을 구할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얼마 전 아동학대가 발생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관리를 받게 된 아동의 부모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정말로 필요할 때는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더니 지금은 아동학대라고 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너무 불편하다.’ 복지현장에서는 위험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사회복지서비스의 적용기준에 충족하지 못하여 복지사각지대에 놓이거나 학대 등 위기가 발생해야 서비스 지원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아동은 ‘얼마나 위험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필요한가’ 의해서 국가적 차원의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즉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가 위기 상황에 있는 가족을 발견하고, 국가와 민간이 학대로 인해 고통받은 아동이 재학대를 경험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학대피해가정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뜻이다.
둘째, 아동학대 언론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 주체는 모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생활고를 비관한 가족이 아동을 살해한 후 동반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한 언론보도에 ‘얼마나 힘들었으면’으로 대표되는 동정여론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행위는 극단적인 아동살해이며 중차대한 아동학대 범죄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녀를 살해할 권리는 없으며 그 어떤 아동도 죽음에 동의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11월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을 제정하고 선포한바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보도가 자칫 이슈를 위하여 선정적으로 보도가 되거나 사실관계의 확인 없이 무 변별한 보도로 인한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아동의 권익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 내용은 아동학대에 대한 언론보도 시 아동의 권익과 인권을 보호할 것, 피해아동과 그 가족 및 관련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것, 사실 기반 보도여야 하며 추측성 보도를 하지 말 것에 관한 내용이다. 이는 언론 종사자뿐 아니라 언론을 소비하는 일반인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 아동학대 사건을 접할 때는 진실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고통받을 수 있는 아동과 그 가족을 배려하며 아동의 인권과 권익을 보호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할 때이다.
매년 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오기를 기대하며 매년 하루를 기념하지만 아직 아이들의 삶은 위험한 것들 투성이며 주변 어른들의 관심이 매일 필요하다. 이제 1년 365일 매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