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빌라스는 경쟁사(스타필드)와 달리 건축적 가치도 제공한다”, “2028년까지 경쟁사의 대형 쇼핑몰 오픈이 없다”, “타임빌라스는 쇼핑몰 사이드에서만 객단가 12만원을 기록했는데 경쟁사는 5만원이다”, “스타필드는 백화점과 공간·고객이 분리됐지만 우리는 경계가 없다”, “재무적 역량이 중요한데 (신세계) 화성테마파크가 지속 가능할까 싶다”.
이는 지난달 23일 진행된 ‘타임빌라스 그랜드 오픈 및 쇼핑몰 중장기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한 발언이다. 자사의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는 자리에서 대표가 경쟁사와 대놓고 비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기자들이 차별화된 강점을 물어보기는 하나 경쟁사를 낮추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결국 사달이 났다. 신세계그룹이 롯데백화점에 항의했다. 신세계 내부에서는 ‘2028년까지 쇼핑몰 오픈이 없다고 했는데 광주지역만 봐도 틀렸다’ 등 미흡한 준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 대표가 “제가 약간 인벌브(involve·관여)했던 프로젝트”라고 한 데 대해 ‘패션 계열사 출신인데 참여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정 대표는 “의도와 달리 오해를 샀다”며 사과했다.
정 대표 입장에서는 2021년 말 백화점 사업의 수장이 된 후 추진하는 신사업인 만큼 ‘확실한 자신감’을 표현하려다가 나온 일종의 해프닝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정 대표의 조급함이 느껴졌다. 본업인 백화점의 경쟁력이 약화된 지 오래다. 실제 가장 최근 출점한 동탄점은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 대전신세계·더현대 서울과 비교해 존재감이 매우 작다. 인천점은 지역 유일 백화점이지만 연매출 1조원을 밑도는 등 부진하다. 특히 몇몇의 매출 하위 점포들은 폐점을 해도 무방할 정도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6월30일자로 전국 매출 최하위 점포인 마산점의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롯데백화점이 백화점 업계 1위인 건 경쟁사보다 점포가 많아서라는 의견이 다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기준 32개 점포를 운영 중으로 이는 신세계(13개점)와 현대(16개점)를 합한 수보다 많다. 점포당 매출의 경우 롯데가 500억원대인 데 반해 신세계와 현대는 각각 2000억원대와 1000억원대다. 영업이익은 4000억원대 안팎으로 3사가 유사하다. 롯데백화점이 소속된 롯데쇼핑은 올해 정기주주총회 전 주주들에게 보낸 영업보고서를 통해 ‘백화점 비효율 점포 재조정’을 공식화한 것도 이런 이유로 읽힌다.
자신감은 성적으로 보여주면 된다. 굳이 경쟁사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정 대표와 정 대표의 야심작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