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가격 상승과 주택공급 부족 문제로 인한 서민 중산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으니 바로 기업이 운영하는 장기 민간임대주택이다.
부동산 투자회사(리츠)나 시행사, 보험사 등 기업이 100가구 이상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장기 운영하면 기존 10년 민간 등록임대주택과 달리 규제를 대폭 풀어주고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임대주택은 공공이 20%, 민간 개인이 80% 정도를 공급하고 있었는데 공공은 수요가 높은 도심지 공급 부지 확보가 어렵고 사업성 부족으로 예산 문제 등 벽에 부딪혔고 민간 개인은 과도한 임대료 규제, 세제 중과 등으로 산업화가 되지 못했고 최근 역전세, 전세사기 문제로 신뢰까지 무너지면서 임대 수요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결국 정부는 기존 임대주택 공급 패러다임을 전환해 자금력이 되는 기업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선진국에서는 활성화된 임대주택 사업모델이다. 미국에서 임대주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실버스타인'은 1957년 설립됐는데 현재 자산규모만 100억달러가 넘는다.
일본 역시 전문 기업형 임대주택이 자리를 잡아 전체 임대주택의 60% 이상을 전문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일본 건축회사인 '다이와하우스'의 자회사인 '다이와리빙'은 1989년 설립된 이후 현재 68만 가구를 임대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모델은 자율형, 준자율형, 지원형 세 가지 유형이다. 지원이 늘어날수록 규제도 같이 많아지도록 설계했는데 세 가지 유형 모두 임대료 상승률 CPI(소비자물가지수) 연동, 임차인 대표회의 협의 의무, 임차인 변경 시 상승률 제한 규제를 풀어준다.
임대 기간 중 계약갱신청구권+임대료 상승률 5% 상한 규제는 자율형만 풀어주고, 초기 임대료 규제(시세 95%)는 자율형과 준자율형은 풀어주지만 지원형은 그대로 적용이 된다. 단 주택임대차보호법의 1회 2년+2년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승률 5% 상한, 임대보증 가입 및 신고 의무는 풀어주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그 외 취득세 중과(12%), 종합부동산세 합산, 법인세 추가 과세(20%) 배제 혜택도 주며 임대기업이 도심 민간 용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개인 토지주가 땅을 팔면 양도세 일부도 감면해 준다. 또 기업이 5년 이상 운영 후 임대주택 전체를 포괄적으로 넘기면 신규사업자가 기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포괄양수도를 허용해 준다.
어떤 방식이든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이 많이 공급만 된다면 박수를 치고 싶다. 하지만 기업한테 손을 벌리기 이전에 집값 상승 주범으로 몰아 때려잡은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적용된 규제부터 풀어주고 최근 전세사기로 집 떠난 비(非)아파트 전세 수요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안전한 전세 계약 시스템부터 구축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그리고 수익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풀어준 임대료 제한 규제가 결국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민간임대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여소야대 상황에서 관계가 좋지 않은 야당의 반대 가능성이 높고 설사 개정이 되더라도 관련 내용의 변경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단은 중립 기어를 넣고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