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끝없는 LH 혁신
[데스크칼럼] 끝없는 LH 혁신
  • 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 승인 2024.08.19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니 어쩌면 끝나지 않을 싸움일지도 모른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건축 사업 투명화와 공정화, 그리고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LH 건축 사업을 둘러싼 불공정 잡음은 예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2023년 4월29일 공사 중이던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일부가 무너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감사원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검단신도시 사고와 LH 전관(前官) 특혜를 연계 감사했는데 △전단보강근 관련 구조 해석 시 구조계획과 구조계산서 부재일람 불일치 △시공 시 일부 구간 전단보강근 누락 △배근상세도 검토·승인 과정 전문가 참여 결여 △붕괴 구간 채취 콘크리트 시험제 품질 기준 불만족 △시공 중 설계 하중 초과와 조치 미흡 등을 붕괴 원인으로 확인했다.

감사원은 사고 아파트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와 관련해 LH의 관리 실태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 결과 설계와 시공에 대한 LH의 부실 관리·감독과 함께 전관 업체 특혜·유착 등 위법·부당 사항을 다수 확인했다.

이번 감사는 LH 퇴직자가 일하고 있는 전관 업체에 초점을 두고 진행했지만 건축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LH 건축 사업을 둘러싼 불공정 행위는 전관에 한정되지 않는다.

감사원 보고서가 최근 발표됨에 따라 이 문제가 다시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검단아파트 사고 후 다양한 개선 대책이 이미 시행 중이다. 당사자인 LH와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자체 조사 등을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LH 혁신 방안'을 작년 12월에 발표했다. 혁신 방안에는 LH 주택 건설 사업에 민간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설계·감리·시공 업체 선정 권한을 LH에서 조달청으로 이관하는 내용 등을 포함했다. LH 퇴직자 재취업 심사 강화 방안과 전관 업체 입찰 참가 제한 방안도 담았다.

혁신 방안 시행 후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LH 전관의 힘이 예전만 못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LH 사업을 수행하는 건축사사무소 대다수가 규제 범위에 포함되는 전관을 내보냈다는 얘기가 들린다. 전관 업체에 적용되는 감점을 떠안고 LH 일감을 수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조달청을 통한 LH 아파트 사업 입찰 쪽은 어떨까? 이 역시 입찰 심사 업무를 조달청이 하므로 전관이 개입할 여지는 전보다 크게 줄었다. 다만 LH가 업체 선정 업무를 할 때도 심사위원은 전원 LH 외부인이었기 때문에 전관이 힘쓰긴 어려웠다는 얘기가 있다. 

한편에선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우선 점수제로 돌아가는 조달청의 설계 업체 선정 방식에선 LH 때보다 심사위원 개인의 영향력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방식에서 업계가 우려하는 건 일부 심사위원이 특정 업체에 과하게 후한 점수를 주거나 반대로 과하게 박한 점수를 주는 상황이다. 심사위원 대상 로비를 유발할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선 업체별 연간 수주 건수 제한이 폐지되면서 LH 사업 장벽이 더 높아졌다고 하소연한다. 역량 있는 기업이 LH 사업에 더욱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정부 취지지만 소형 업체 눈에는 영업력 강한 대형 업체가 독식하는 구조로 비치고 있다. 그동안 전관과 관계없이 LH 사업에 참여했던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서 유독 올해 "힘들다", "LH 일은 이제 안 한다"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이번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LH 문제로 정말 여러 가지 대책이 나왔다. LH 사업은 규모 자체가 큰 데다 국민 삶과 밀접하기 때문일 테다. 그런데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기가 참 쉽지 않아 보인다. 대응 방안을 내놔도 어떤 문제는 끈질기게 계속되고 어떤 문제는 새롭게 생겨난다.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마침표를 찍으면 안 된다. 새로운 대책이 시장에 스며들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더욱 깊게 들여다보고 반응을 평가한 뒤 다시 대응해야 한다. 혁신에 '끝'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