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금고를 사수하라'…은행권, 출연금 경쟁
'지역금고를 사수하라'…은행권, 출연금 경쟁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7.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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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고 유치 두고 수백억원 투입…"출혈경쟁 아냐"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부산시금고 선정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은행권의 과도한 출연금 규모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은행권은 지방자치단체 금고지기를 따내기 위해 매년 수백억원대 자금을 쏟아 붓는다. 특히 예산이 많은 광역 지자체 금고 운영사업자로 선정되면 대량의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할 수 있는 까닭에 매번 경쟁은 치열하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시는 제1금고(주금고)와 제2금고(부금고)를 맡을 사업자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오는 23일 금고 지정 설명회를 개최하고 내달 9일까지 서류열람 절차를 거쳐 같은 달 14일 제안서를 접수한다.

주금고인 제1금고는 시 일반회계와 18개 기금을 맡아 관리하고, 부금고는 공기업특별회계와 기타 특별회계를 관리한다. 현재 부산시 제1금고는 부산은행이 24년째 맡고 있으며, 제2금고는 KB국민은행에서 운영 중이다.

이번에 금고로 선정되는 금융기관은 내년부터 4년간 부산시 예산을 관리하게 된다. 올해 부산시 예산은 15조7000억원에 이른다. 주금고가 예산 중 70%, 부금고가 나머지 30%를 맡는 구조다.

서울과 부산 등 이른바 대어급 지자체 금고 은행으로 선정되면 매년 많게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세입·세출을 관리하며 예치금을 운용할 수 있다. 예치금을 운영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관리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 지자체와 산하기관에 소속된 공무원을 잠재 소비자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더욱이 해당 지역 주거래 은행이라는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중·지방은행은 광역 지자체 금고 선정에 가리지 않고 경쟁에 뛰어든다.

문제는 금고지기를 따내기 위해 은행권이 쏟아 붓는 출연금 규모다.

시금고 지정 기준은 은행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전성, 대출 및 예금금리,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 등 여러가지다. 이 중 출연금도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출연금은 약정에 따라 은행이 자자체에 용도 지정 없이 출연하는 현금을 말한다. 즉 돈을 많이 낼수록 금고지기에 선정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은행권 사회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 지자체 출연금은 총 1911억7000만원이다. 신한은행이 1168억2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 344억4500만원, 국민은행  291억8900만원, 하나은행 107억1600만원 순이다.

올해 부산시금고 선정에서 제1·2금고 모두 도전장을 내민 KB국민은행은 부산신용보증재단에 총 12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제2금고를 노리는 하나은행도 올해 초 부산신보에 110억원을 제공했다.

이는 현 제1금고지기인 부산은행의 2020년 이후 연평균 출연금(101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은행권이 주요 시금고 선정에서 경합을 벌일 때마다 과당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출연금이 금고은행 선정에 영향이 있는 만큼 규모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손익을 고려하지 않는 출혈경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