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10년 만에 소위 '독이 든 성배'를 다시 들게 됐다.
10일 홍 감독은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정규리그 홈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저는 저를 버렸습니다. 이제 저는 없습니다. (제 안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습니다"라며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홍 감독은 이날 차기 사령탑에 내정된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주도하는 한국형 축구 모델인 'MIK'(Made In Korea)가 현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 전무 시절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을 전술적으로 한 체계 안에 묶는 작업에 대해 필요성을 느꼈고 관심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기술이사는 지난달 20일 각급 연령별 대표팀부터 A대표팀까지 하나의 축구 철학으로 아우르는 것을 골자로 하는 'MIK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홍 감독이 감독직을 수락한 또 다른 이유는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 당시 고배를 마셨던 '실패의 기억' 때문이다.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실패의 기억 때문에) 도전하는 게 두려웠다. 그때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려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며 "정말로 강하고 새로운 팀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전엔) 축구 지도자로서 경험이 많이 부족했고 시작하는 입장이었다"며 "K리그 경험을 많이 했고 지도자로서 굉장히 좋았던 시간을 보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노력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한편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과의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출했지만, 결과적으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울산 팬들에겐 실망을 안기게 됐다.
이에 홍 감독은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축구만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면서도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며 팬들에게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