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의 쇼트컷] 롯데웰푸드 합병 2년, 시너지 '글쎄'
[박성은의 쇼트컷] 롯데웰푸드 합병 2년, 시너지 '글쎄'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6.06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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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롯데제과-롯데푸드 합병 '메가 종합식품사' 도약, 그룹 첫 사례
자신했던 빙과 1위 '위태'…이창엽 체제 스낵 띄우면서 간편식·육가공 소외
결합 당시 식품 상장사 2위권, 현재는 4위…"외형보다는 수익성 개선 초점"
2022년 7월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롯데제과-롯데푸드 통합 출범식 전 포토세션. 신동빈 회장(왼쪽 다섯번째), 이영구 롯데웰푸드 부회장(왼쪽 여섯 번째)을 등 당시 그룹 및 계열사 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웰푸드 사내이사다. [사진=롯데웰푸드]
2022년 7월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롯데제과-롯데푸드 통합 출범식 전 포토세션. 신동빈 회장(왼쪽 다섯번째), 이영구 롯데웰푸드 부회장(왼쪽 여섯 번째) 등 당시 그룹 및 계열사 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웰푸드 사내이사다. [사진=롯데웰푸드]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합병 2년여가 됐다. 2022년 7월 ‘메가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양사는 결합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간 첫 합병 사례였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그 해 신년사와 상반기 VCM(사장단회의)에서 ‘창조적인 도전과 혁신’,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한 후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통합 롯데제과’는 매출 규모만 3조7000억원을 웃돌아 국내 식품 상장사 기준 톱(Top)2로 도약했다. 작년 4월에는 지금의 롯데웰푸드로 간판을 교체했다.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가 창사 56년 만에 사명을 변경한 것이다.

큰 변화를 꾀한 만큼 회사 대내외적으로 합병 ‘시너지’를 기대케 했다. 외연 및 글로벌 사업 확대와 신사업 확장, 경영 효율성에 따른 수익성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2년여가 다 된 현재 롯데웰푸드의 성적표(실적 및 사업보고서)를 따져보면, 시너지란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대목들이 눈에 띈다.

당초 자신했던 빙과사업은 시장 1위 탈환은 했지만 우위를 점했다고 하기엔 힘들다. 빙과는 합병 시너지로 예를 든 대표 사업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빙과 제조사 점유율(소매점·마켓링크 기준)에서 롯데웰푸드는 합병 첫 해인 2022년 42.44%로 빙그레-해태제과 연합(38.9%)을 제쳤다. 하지만 작년 롯데웰푸드 점유율은 39.86%로 전년보다 점유율이 2.58%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에 빙그레(26.39%)-해태(13.46%) 연합은 39.85%를 기록했다. 0.01% 차이, 거의 동률이다. 빙과 최대 성수기인 올 여름 상황에 따라 역전을 허용할 수 있다. 

롯데웰푸드는 이에 대해 점유율보다는 수익성 개선을 우선했다고 설명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간 중복 또는 비효율적인 SKU(상품 종류 수)를 축소하면서 2022년 700여개에서 현재 300여개로 효율화했고 빙과사업 수익성은 합병 시점 대비 개선됐다”며 “앞으로도 국내 빙과사업은 무분별한 단가경쟁, 신제품 출시로 인한 외형 확대가 아닌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과자·초콜릿 중심의 건과사업과 육가공·간편식·유제품 사업도 희비가 엇갈린다. 건과사업은 합병 주체인 롯데제과의 주력, 육가공·간편식·유제품은 인수된 롯데푸드의 핵심이다. 외형을 봤을 때 합병 직후인 2022년 3·4분기 대비 2023년 3·4분기 합산 매출(국내사업)을 비교해보면, 건과는 5440억원에서 5715억원으로 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육가공은 1445억원에서 1293억원으로 11.8% 줄었다. 간편식(HMR)은 1386억원에서 1389억원으로 별 차이가 없다. 유제품(파스퇴르) 또한 903억원에서 898억원으로 5억원 감소했다. 올 1분기를 보더라도 건과 매출액은 2814억원으로 전년 동기 2656억원 대비 5.9% 성장했지만 육가공·간편식·유제품 매출(합산)은 같은 기간 2.2% 줄어든 1734억원이다. 

롯데웰푸드를 이끌고 있는 이창엽 대표이사 부사장. [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를 이끌고 있는 이창엽 대표이사 부사장. [사진=롯데웰푸드]
롯데제과 건과 스낵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롯데제과 건과 스낵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롯데웰푸드는 이창엽 대표 체제에서 K스낵을 띄운다는 명분으로 빼빼로 및 무설탕 디저트 브랜드 글로벌 모델 ‘뉴진스’ 발탁, 빼빼로 첫 해외 생산라인 구축(인도), 빙과·제과의 ‘제로(Zero)’ 마케팅, 초콜릿 '프리미엄 가나' 론칭 등 건과사업에 공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상대적으로 육가공·간편식·유제품 사업은 눈에 띌만한 빅 이벤트나 프로모션은 딱히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간편식 시장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합병 이후 롯데웰푸드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지 않다. 작년 한 해 HMR 사업 매출은 2734억원이다. CJ제일제당의 ‘햇반’ 단일 브랜드(8503억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 

롯데웰푸드는 합병 당시 “롯데푸드가 50여년에 걸친 롯데제과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DNA를 흡수해 최근 성장하는 HMR 사업 등에 적용하면 날개 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으나 현실은 썩 그렇지 못하다.

이 회사는 다시금 ‘수익성’을 얘기했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부터 불필요한 판촉 및 SKU 축소를 하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매출이 하락했을 뿐”이라며 “무분별한 신제품 출시, 단가 경쟁이 아닌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육가공·유가공 사업은 저나트륨, 단백질과 같은 헬스앤웰니스(H&W) 신제품 출시로 수량 및 매출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웰푸드는 합병 때 연매출 기준 국내 식품 상장사 2위권 기업으로 급상승했다. 1년이 지난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664억원으로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매출액 순위는 △CJ제일제당(17조8904억원) △동원F&B(4조3608억원) △대상(4조1098억원)에 이어 4위 수준이다. 영업이익(1770억원)은 동원과 대상을 앞섰으나 매출 규모가 더 적은 오뚜기(2549억원)·농심(2121억원)·롯데칠성음료(2107억원)보다 아래다. 제과 최대 라이벌 오리온(4923억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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