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만연한 시대다. 통계개발원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어 스스로 고립되었다고 생각하는 가구의 비율이 33%로 나타났다.
고독사 위험군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보건사회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식사 지원, 대인관계 지원, 일자리 순이었다.
이에 관악구는 고독사 위험군의 복지 욕구를 반영한 신규사업인 ‘독거중장년 돌봄안전망 형성사업’에 본격 돌입했다.
‘독거중장년 돌봄안전망 형성사업’은 고시원 등 주거지 내부에 조리시설이 없거나 취약한 고립가구에 식사지원을 매개로 상담을 실시하고, 발굴된 대상자에게 또 다른 고립가구의 안부를 확인하는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구는 사업을 수행할 민간주체를 공개 모집해 관련 사업 경험과 역량을 갖춘 2개 기관(▲사단법인 길벗사랑공동체 해피인 ▲중앙사회복지관)을 선정했다.
두 기관은 오랜 기간 축적한 지역사회 인적, 물적 복지자원을 바탕으로 각각 관악구 대학동과 중앙동에서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대학동은 서울에서 고시원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고시생이 감소한 이후에는 중장년 1인가구가 이곳으로 모이고 있다.
중앙동 역시 원룸에 거주하는 청장년 1인가구 비율이 높아 돌봄안전망 사업이 필요한 지역이다.
사업기간은 5월부터 12월까지며 해피인은 주 3일(월, 수, 금), 중앙사회복지관은 주 1일 대상자에게 도시락을 제공할 계획이다.
대학동이나 중앙동에 거주하는 중장년 1인가구는 상담을 거쳐 본 사업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또한 구는 가족, 친구와 왕래가 없이 은둔생활을 하는 주민이 구청에 접수되면 본인 동의하에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한편, 구는 ‘서울특별시 관악구 위기가구 발굴 활성화에 관한 조례’ 를 제정하고 올해 새롭게 ‘위기가구 발굴 신고자 포상금 지급 사업’ 도 선보였다.
‘위기가구 발굴 신고’는 주민이 실직, 폐업, 질병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찾아 공공기관 등에 알려 대상자가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위기가구를 발견한 주민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구는 지난 1월 첫 사업시행 이후 현재까지 20여 건의 온, 오프라인 신고를 접수했다.
위기가구에 대한 주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제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3월, 관악구에서 제1호 포상금 지급 대상자가 나왔다. 바로 관악구 미성동 주민 박씨(62·남)다.
박씨는 지난해 정부 일자리에 함께 참여한 이후 알고 지냈던 김모씨가, 올해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되어 일자리 참여도 못 하는 상황이 되자 이를 안타깝게 여겨 관악구에서 운영하는 카카오톡 복지상담채널 ‘함께해요 복지톡’에 도움을 청했다.
구의 신속한 상담과 조사로 김모씨는 지난 해 3월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로 책정되어 안정적으로 생활을 지원받고 있다.
박씨는 “지인이 복지 도움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구청에 알렸을 뿐인데 생각지 못한 포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씨는 구의 안내로 ‘명예사회복지공무원’에도 가입해 위기가구를 찾고 알리는 일에 동참할 예정이다.
박준희 구청장은 “스스로를 고립시킨 취약계층의 욕구에 맞춰 보다 세심하게 지원하는 일에 앞장 서겠다”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서울/김용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