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고금리 장기화 부담…예금 깨서 빚 갚는다
기업도 고금리 장기화 부담…예금 깨서 빚 갚는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5.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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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 초과 기업 예금…800조원 목전 두고 후퇴
기업 정기예금 잔액 줄어…자유예금은↑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고금리 장기화를 버티지 못하고 정기예금을 깨 빚을 갚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이 뒤로 밀리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한 계좌 총예금은 771조7490억원이다. 이는 전년(796조3480억원) 대비 24조5990억원(3.1%) 줄어든 규모다.

기업 저축성예금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중 23조9210억원 감소한 데 이어 하반기 중에도 6780억원이 더 쪼그라들었다.

10억원 초과 총예금 잔액은 지난 2018년 상반기 500조원에서 2019년 하반기 600조원, 2021년 상반기 700조원을 차례로 돌파하며 증가세를 이어왔으나 800조원을 목전에 두고 후퇴했다.

해당 잔액이 두 반기 연속으로 줄어든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상반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기예금이 전체 기업 저축성예금 감소를 이끌었다.

지난해 말 기준 10억원 초과 정기예금 잔액은 531조8180억원으로 전년(564조5460억원)보다 32조7280억원(5.8%)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중 25조7300억원 줄어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고, 하반기 중에도 6조9980억원이 추가로 줄었다.

반면 10억원 초과 기업자유예금 잔액은 2022년말 219조890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말 222조5850억원, 하반기 말 229조6100억원 등으로 점차 늘었다. 기업자유예금은 법인이 일시 여유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으로 자유입출금통장과 같다.

이는 고금리가 장기화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기예금을 해지해 대출 상환 등에 사용하고, 남는 금액은 입출금 예금에 넣어 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의 원화 예금 잔액은 637조50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8260억원(0.9%) 줄어 19년 만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 예금 잔액은 853억8140억원에서 925조9810억원으로 8.5% 증가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