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춘천박물관은 2024년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개최를 맞이하여 5일부터 국립춘천박물관 본관 상설전시실 2층에 위치한 브랜드존에서 ‘이상향으로의 초대,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새롭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낸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을 특별히 함께 전시하여, 스포츠를 통해 더 나은 세계의 실현에 공헌하고자 하는 올림픽 정신과 고인의 숭고한 기증의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전시에서는 고故 이건희李健熙(1942~2020) 회장이 기증한 금강산과 관동팔경 관련 수집품 9건 9점을 포함하여 67건 116점을 감상할 수 있다.
강원의 자연에 대한 고 이건희 회장의 관심과 수집의 범위는 조선 18, 19세기의 서화에서부터 20세기 민화 병풍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방운李昉運(1761-1815년 이후)의 ‘금강산도金剛山圖’와 전傳 정선鄭敾(1676-1759) ‘단발령망금강산斷髮嶺望金剛山’, 그리고 허필許佖(1709-1761)의 ‘총석도叢石圖’, 심사정沈師正(1707-1769) ‘삼일포三日浦’ 등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그린 18세기의 뛰어난 작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은 수집을 통한 문화유산의 보존이라는 가치를 지닌다. 금강산과 관동팔경에 담긴 선조들의 숨결 역시 그의 수집과 기증을 통해 오롯이 우리에게 전해져 보존될 수 있게 되었다.
금강산과 관동팔경 유람의 역사는 신라 화랑花郞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찍이 사선四仙이라 불리며 신선에 비유된 영랑永郎, 술랑述郎, 남랑南郞, 안상安詳이 경주에서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 금강산에서 심신수련과 산천제사를 마치고 총석정, 삼일포, 경포대, 한송정, 월송정 등에서 노닐다 경주로 되돌아갔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강원의 자연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만물의 이치를 깨닫고자 한 신라 화랑의 실천은 시간을 뛰어넘어 올림픽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1부 ‘성스러운 곳, 금강산과 관동팔경’에서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깊고 신묘한 강원의 자연을 유람하며 산수의 도를 깨닫고 내 안의 이상향을 찾는 모습을 살펴본다.
자신이 거닐고 머문 시공간을 문학과 예술로 찬미하고 기록한 결과인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그린 그림을 보며, 방 안에 누워 글과 그림을 감상하면서 산수 사이를 노닐었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와유臥遊’를 전시실에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2부 ‘새로운 시대의 이상향, 금강산과 관동팔경’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역사의 변혁기라고 할 수 있는 조선 후기 이후부터 근대까지 금강산과 관동팔경의 모습을 살펴본다.
사대부들의 전유물이었던 금강산 유람은 19세기경이 되면 점차 신분의 경계를 넘어 확산된다. 금강산 유람이 대중화되었지만 직접 가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민화 금강산도와 민화 관동팔경도가 다수 제작되어 많은 이들의 금강산에 대한 동경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19세기 말~20세기 초에 불어 닥친 국권상실로 인한 혼란과 격동의 시대는 이 땅에 뿌리 내렸던 사람들의 삶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것은 금강산과 관동팔경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에 관광지가 된 금강산의 모습을 살펴보며, 언제나 변함없이 우뚝 서 있을 것 같았던 이상향의 공간인 금강산과 관동팔경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비켜갈 수 없었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은 전쟁과 분단으로 금강산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에 있지만 갈 수 없어 오히려 저마다의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상향의 공간인 금강산과 관동팔경의 전시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사방이 영상으로 가득 채워진 ‘금강, 닿다. 바다를 이루다’라는 영상 공간을 지나게 된다. 이 공간에 서면 고요한 달빛에 잠들어 있던 금강산을 만날 수 있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금강산에 손을 뻗으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며 깨어나고 곧 금강산의 수많은 폭포에서 힘차게 떨어진 폭포수가 큰 물줄기를 이루며 깊고 푸른 동해바다로 이어진다. 키를 훌쩍 뛰어넘어 역동적으로 치는 파도를 온 몸으로 느끼며 실제로 금강산과 관동팔경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가볼 수 없는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현재적 관점에서 구현한 이번 영상을 통해 관람객이 자신만의 이상향을 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아일보] 조덕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