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에서 부드럽게 변해 혈관 및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정맥 주사바늘 개발
정맥주사는 혈관에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방법으로 신속한 효과를 유도하고 지속적인 약물 투여를 통한 치료가 가능해 범세계적으로 환자치료에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 딱딱한 소재로 제작된 주사바늘은 부드러운 생체조직에 손상과 염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한 비윤리적 주사바늘 재사용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인체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B형/C형 간염 바이러스 등 심각한 혈액 매개 질환 감염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감염관리의 중요성으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재사용이 불가능한 스마트 주사기 개발과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KAIST는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 연구팀이 의과학대학원 정원일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환자 건강증진 및 의료진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가변 강성 정맥 주사바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체온에 의해 주사바늘이 유연해지는 특성을 통해 정맥에 약물 주입 중 주사 삽입 부위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장함과 동시에 주사바늘에 의한 혈관 벽 손상 방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용 후 찔림 사고나 비윤리적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혈액 매개 질환 감염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카렌-크리스티안 아그노(Karen-Christian Agno) 박사과정 연구원과 의과학대학원 양경모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10월 30일 字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액체금속의 일종인 갈륨(Gallium)을 이용하여 주사바늘 구조를 만들고 이를 생체적합성 폴리머로 코팅해 가변 강성 정맥 주사바늘을 제작했다. 딱딱한 상태의 주사바늘은 상용 정맥 카테터와 비슷한 수준의 생체조직 관통력을 갖는다. 하지만 체내 삽입 후, 갈륨의 액체화로 인해 조직과 같이 부드러운 상태로 변해 혈관 손상 없이 안정적인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 한 번 사용한 주사바늘은 갈륨의 과냉각 현상에 의해 상온에서도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해 바늘 찔림 사고나 재사용 문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된 정맥 주사바늘의 약물 전달 기능과 생체적합성을 검증하고자 실험 쥐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이식된 가변 강성 정맥 주사바늘은 딱딱한 상용 금속 바늘이나 플라스틱 카테터에 비해 훨씬 낮은 염증 반응을 보여 연구팀은 우수한 생체적합성을 확인했다. 또한 상용 주사바늘과 같이 안정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아울러 가변 강성 정맥 주사바늘은 박막형 온도 센서를 탑재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의 심부체온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능하며, 또한 잘못된 주사바늘 위치로 인한 혈관이 아닌 다른 조직으로의 약물 누수 감지도 가능해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정재웅 교수는 "개발된 가변 강성 정맥 주사바늘은 기존의 딱딱한 의료용 바늘로 인한 문제를 극복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고, 주사바늘 재사용으로 인한 감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생체신호센서융합기술개발사업,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