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요한의 '유교 혁신'
[기자수첩] 인요한의 '유교 혁신'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11.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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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의 한국인.'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앞에 붙는 수식어다. 

인 위원장은 한국의 발전을 위해 기여해 온 유서 깊은 명문가 '린튼 가(家)'의 후손이다. 이 공로를 인정 받아 특별귀화 1호로 선정, 한국 국적을 취득한 '찐' 한국인이다. 한국말 실력도 수준급이다. 외형만 다를 뿐, 사고방식이나 애국심만큼은 한국인과 다를 게 없다는 게 그를 둘러싼 평가다.

그래서 그런가, 혁신에도 '유교 마인드'가 배어 있다. 

요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인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유교 혁신'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혁신위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벗어나 수평적으로 개선한 당정관계를 국민 앞에 선보이는 일이었다. 

앞서 지난달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당은 '무공천 카드'까지 고려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특별사면하면서 '윤심(尹心)'에 따라 그를 다시 강서구청장 후보자로 내세웠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후 여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0%p가 넘는 격차로 패하면서 이전의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탈피하고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였다.

인 위원장은 이같은 당 안팎의 요구에 대해 '월권하지 않는다'고 선 그었다.

그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미주알고주알 정치하러 온 게 아니고 개혁, 혁신하러 온 사람인데 대통령 위에 올라가서 (하라는 건) 유교 문화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화에 맞지 않는다"며 "'대통령, 이런 거 틀렸소. 이렇게 하시오, (이렇게) 말하시오' 그러면 나보고 위로 올라가라는 건 월권이다"고 말했다. 

사전은 '월권'을 "자기 권한 밖의 일에 관여함"이라고 정의한다. 인 위원장의 편에서 저 대사를 다시 바라보자면 '나는 당을 혁신하러 온 사람이기 때문에 그 밖의 일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인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사실상 당정 관계가 너무나도 수직적임을 방증하는 셈이다.

인 위원장은 대통령에게 제언이나 쓴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수평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상 이것이 혁신위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권한을 침범하는 '월권'처럼 느껴진다면, 인 위원장 스스로가 수직적인 '유교 마인드'로 당정관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혁신위의 정식 명칭은 '국민의 뜻으로,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다. 이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때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