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배후설'?… "대통령실에 쓴 소리 할 수 있나"
국민의힘이 23일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김기현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당 쇄신 기구를 출범하겠다 밝힌지 11일 만이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당의 진실한 변화를 만들어 갈 혁신위원장으로 인 교수를 모시고자 한다"며 "정치개혁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투철한 의지도 갖고 있는 만큼 우리 국민의힘을 보다 신뢰받는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인 교수께서 최적의 처방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볼 땐 우리보다도 더 우리(나라 사람) 같은, 대한민국을 온몸으로 사랑하는 분이라고 판단된다"며 "(인 교수는) 기존 정치권에서 활동한 분들이 보지 못한 부분을 추가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지도부에서)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을 높이 산 것이라고 본다"고 호평했다.
인 교수의 혁신위원장 임명 이후 첫 일성은 '통합과 변화'였다.
인 교수는 주요 당직자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통합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사람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이 민심을) 듣고,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며 "삼성 이건희 전 회장 말 가운데 '와이프와 아이만 빼고 다 바뀌어야 한다'는 말을 깊이 생각했다.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향후 혁신위 방향성을 제시했다.
인선 관련해서는 "지금 능력 있는 분들을 다 보고 있다"며 "(혁신위원에) 여성이 조금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고 언급했다.
다만 총선 출마 여부 관련해서는 "다 내려놨다"며 "여러 가지 말이나 유혹도 있지만 이 일(혁신위원장)을 맡는 동안 다른 건 없다고 확실히 말씀드린다. 이 일을 성공해야 한다"고 선 그었다.
실제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 연단에서도 "어제 기자 전화가 와서 '당신 국민의힘 출마하느냐'고 해서 쓸데 없는 소리를 한다고 했다"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인 교수는 1959년생으로 전북 순천 출신이다. 국민의힘이 외연확장과 국민통합에 중점을 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2012년에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 호남 지역 유세에 동행했으며 이후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부위원장을 맡았다.
외증조부를 시작으로 4대째 한국을 위해 힘쓰고 있는 린튼 가문의 일원으로, 인 교수 역시 대학 재학 중이던 1980년에는 5.18 민주화운동 시민군의 외신 영어 통역 활동을 도왔고, 이후 의료계에 몸담으며 최초의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특별귀화 1호 한국인'이 됐다.
이번 혁신위가 허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이 주어지는지가 중요하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을 중심으로 꾸려질 혁신위는 그 위원회 구성,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기한 등 제반사항에 대해 전권을 갖고 자율적, 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하며 대대적인 쇄신을 시사했다.
일부에서는 위원회 관련 전권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혁신위가 다음해 총선 공천에서도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나온다. '공천'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쥐고 당을 빠르게 장악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이는 다소 무리일 것으로 보인다. 박 수석대변인은 "개인적으로는 혁신, 인재 영입, 공천은 다소 구분돼야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은 있다"면서도 "범위와 역할을 다 열어 놓고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기로 했기 때문에 (인 교수가) 제안한다면 얼마든지 범주를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인 교수가 혁신적인 인물이라는 상징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당무 이해도와 장악력을 두고는 우려가 나온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카드다. 흥미로운 카드인 것은 맞다"면서도 "과연 정당 내부를 혁신하는데 있어서 그 정도 전문성과 경험을 가질 수 있는지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거리를 뒀다.
천 위원장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인 교수가 얼마 전 국민통합위원회에서 대담을 가진 것을 언급한 뒤 "주류나 대통령실, 대통령의 멘토로 여겨지는 김 위원장 등에 대해서도 정말 필요한 쓴소리나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카드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