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 규모 예금 만기 임박…'자금 이탈 막아라'
'100조원' 규모 예금 만기 임박…'자금 이탈 막아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10.0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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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은행 정기예금 연 4%대 복귀…수신 경쟁 치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은행권이 정기예금 금리를 연 4%대로 올리는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 판매된 연 5%대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 시기가 다가오면서 이 자금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9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4.00~4.05%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최고 0.35%포인트(p) 상승한 수준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소수 특판 상품을 제외하면 연 4% 금리 정기예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들어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4%대 상품이 속속 재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수신 경쟁에 나선 것은 100조원이 넘는 규모의 고금리 정기예금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행권은 금리 상승과 더불어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경쟁적으로 수신 금리를 높여 자금을 확보했다. 

이때 당시 판매됐던 예금금리는 최고 연 5%대였다. 이 상품들의 1년 만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금리 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최근 시중 대기성 자금이 늘어난 점도 은행권 수신 경쟁을 촉발할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를 포함한 요구불 예금 잔액은 608조1349억원으로 전월(597조9651억원) 대비 10조1698억원 불어났다.

요구불 예금은 급여통장과 같이 예금주가 언제든지 입금과 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수시입출식상품을 말한다. 요구불 예금 잔액은 7월 23조4239억원, 8월 2조4841억원 등 두 달 연속 감소하다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최근 자본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도 요구불 예금에 몰리는 형국이다. 은행으로서는 기존 자금 이탈 방지와 함께 새 자금 확보를 위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감지한 금융당국은 과도한 수신 경쟁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 수신 경쟁이 은행채 발행을 제한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또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도 현 95% 수준으로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LCR은 향후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예금·국공채 등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규제다.

이 때문에 지난해처럼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까지는 올라가지 않고, 현 수준에서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금리가 과도하게 오르면 대출금리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도 부담이 있다”며 “은행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만큼, 정기예금 금리가 더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