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멈춤의 날’ 초등교사들 적극 참여…쌓였던 ‘분노’ 폭발
‘공교육 멈춤의 날’ 초등교사들 적극 참여…쌓였던 ‘분노’ 폭발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09.0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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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휴업 학교 모두 초교…연가·병가 낸 교사 상당수 초등교사
‘교권 추락’ 피해자 대부분이 초등교사라는 점 적잖은 영향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인 지난 4일 이른바 ‘공교육 멈춤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교사들의 추모집회가 열린 가운데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초등학교 교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임시 휴업한 학교가 모두 초등학교이고, 연가·병가를 낸 교사의 상당수가 초등학교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최근 잇따라 숨진 교사 대부분이 초등학교 교사라는 점과 그동안 초등학교 학부모 민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 장치가 없었다는 점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9.4 임시휴업 실시 학교 현황’을 취합한 결과, 임시 휴업에 참여한 초등학교는 전국 38개교였다고 밝혔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임시 휴업에 동참한 학교가 없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2개교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세종(8개교), 광주(7개교), 충남(7개교), 인천(3개교), 울산(1개교) 등이었다.

부산·대구·대전·경기·강원·충북·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 등에서는 집계된 임시휴업 학교가 없었다.

또한 공식 통계가 발표되지 않았으나, 연가·병가를 낸 교사의 상당수는 초등 교사일 것으로 교육계는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일인 4일 세종시 한 초등학교 교실이 비어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일인 4일 세종시 한 초등학교 교실이 비어있다.(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초등 교사들이 집단행동에 대거 동참한 배경에는 초등 교사 인터넷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이 집단행동을 주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교권 추락 사건 피해자가 대부분 초등 교사라는 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교사들의 공분 표출의 발단이 됐던 것은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실에서 신규 교사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었다. 또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1일 전북 군산에서 각각 스스로 생을 마감한 교사들도 초등 교사들로 확인됐다.

숨진 세 명의 교사에 대한 경찰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교원단체와 유족들은 그들이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거나 동료 교사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 직원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의혹을 받은 피해자도 모두 초등 교사였다. 해당 직원은 지난해 10월 자녀의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해당 교사가 직위 해제된 후 새 담임 교사에게 ‘왕의 DNA’를 언급하며 자녀를 지도할 때 지켜야 할 수칙을 메일로 보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초등 교사들은 ‘교권이 추락하고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증가한 학교의 현주소’라며 교육권을 넘어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교육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특히 초등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다른 학교급보다 학부모에 의한 민원이 잦아지고 심각해졌는데도 그동안 교육 당국이 학부모로부터 교사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것이 초등 교사들의 시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육활동 침해 사례는 287건이다. 중학교(1862건), 고등학교(845건)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지만, 학부모 등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는 전체 초등학교 교육활동 침해의 29.6%(85건)에 해당한다. 중학교(3.8%), 고등학교(4.5%)보다 높은 수준이다.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4일 휴교를 한 광주 북구 한 초등학교에 현수막이 붙어있다.(사진=연합뉴스)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4일 휴교를 한 광주 북구 한 초등학교에 현수막이 붙어있다.(사진=연합뉴스)

초등 교사들 사이에서는 특히 2000년대 들어 아동복지법이 강화되고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된 이후 ‘정서적 학대 행위’를 빌미로 아동학대 신고 위험성이 커졌고, 학교장에게 아동학대 신고 의무가 부여되면서 직속상관도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팽배하다.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역시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교권 침해 학생에게는 1호(학교 봉사)부터 7호(퇴학)까지 시킬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악성 민원 학부모에게는 교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도 없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 같은 초등 교사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지난달 발표한 ‘교권 보호 종합방안’에서 학부모 민원 가운데 목적이 정당하지 않거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해 강요하는 행위 등을 교권 침해의 한 유형으로 뒤늦게 명시하기로 했다.

또한 학부모에게도 서면 사과, 재발 방지 서약, 특별 교육 등을 이수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