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가 높은 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기존 거래 은행이 아닌 새로운 은행에 비대면 신규 계좌를 개설한 A씨는 '한도 제한 계좌 해지'로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하루 30만원 한도 제한을 해지하려면 300만원 대출 상품에 가입하거나, 재직증명서·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지참해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요즘 같은 시대 하루 이체 한도 30만원은 터무니없는 금액 아니냐"며 "계좌개설은 비대면, 한도 해지는 영업점을 거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한도 계좌는 대포통장, 보이스피싱 피해 등 금융 범죄를 막기 위해 지난 2015년 도입된 제도다.
신규로 은행 입출금 계좌를 개설한 이용자의 인터넷 모바일뱅킹·현금자동입출금기(ATM) 하루 30만원, 영업점 창구 100만원 등 이체 가능 한도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한도 해지를 위해서는 영업점 방문을 통해 연금 수령, 공과금 자동 이체, 모임 통장 등 용도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직장인의 경우 재직증명서·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소득 증빙 자료가 필요하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해묵은 '한도 계좌' 제도로 인해 금융권 디지털 전환은 불협화음이 우려된다.
한도 계좌는 바로 해지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지점 심사 과정을 거치지만 결과에 따라 해지는 불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와 주부, 대학생 등 소득 증빙이 어려운 씬파일러(금융 거래가 거의 없어 관련 서류가 얇은 금융 이용자) 등은 한도 제한 계좌 해지가 가능한 3~12개월 이용 이후에나 한도를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바로 해지가 필요한 이용자에 자사 대출 상품 가입, 계열사 카드 신규 발급 등 꼼수 영업이 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제도 도입 당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체 한도는 시대를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 '2022년 중 국내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2022년 중 소액결제망을 통한 계좌이체 규모는 일평균 9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대면 금융거래 선호가 지속되면서 인터넷뱅킹(38조3000억원), 펌뱅킹(33조8000억원) 등은 6.0% 늘었다.
정부도 이에 공감하며 이르면 연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8일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회의를 열고 '금융거래 목적 확인 및 한도 제한 제도' 개선 권고안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규제심판부 관계자는 "금융거래 한도 제한 제도는 법적 근거도 없이 국민 금융서비스 이용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그림자 규제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제도가 도입된 지 7년이 경과했지만 정책 효과분석이나 보완·개선 사항에 대한 검토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