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 체제 격파를 가시화하면서다. 다만 금산분리 제도 완화와 금융결제망 이용료 시스템 구축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금융당국의 금융권 경쟁 촉진 방안은 금융산업혁명을 불러올 수 있지만 설익혀서는 시장 안착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금융당국은 은행권 과점체제를 허물기 위해 실무 작업반을 꾸려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형국이다. 자체 경쟁 구도를 만들기보다는 새로운 플레이어 진입에만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과점체제에서 대항마로 인터넷 전문은행(인터넷은행)이 꼽혔지만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를 의식해 시중은행과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기보다 특화된 '챌린저뱅크'를 우회 전략으로 제시했다.
챌린저뱅크는 대형은행의 지배력을 축소하고 은행 간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영국에서 등장한 소규모 신생 특화은행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은행권 과점체제를 허물기 위한 대안으로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강조한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에 챌린저뱅크와 같은 특화 영역에 집중할 것을 요청했다.
이날 금융당국은 전날 열린 '제4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 작업반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과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영국 챌린저뱅크처럼 특화된 전문영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자산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20분의 1 수준의 인터넷은행이 은행권을 흔들 '메기'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 판단에 우회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스타트업 자금 조달을 맡았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특화은행에 대한 유동성·건전성 리스크가 대두됐지만 국내 영향은 제한적이란 전망도 나왔다.
앞서 금융당국은 진입장벽을 낮춰 인터넷은행이나 지방은행 추가 인가를 논의했지만 현재 은행권에서 인터넷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이유로 실효성 논란은 이어졌다.
업계도 조 단위 자본금과 금융 인프라 등 막대한 설립 비용을 감당할 업체가 등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3사의 총자산은 전체 은행의 3%도 안 된다"며 "아무리 많은 신규 플레이어가 진입해도 인터넷은행이 은행권 과점 구도를 깰 수 있는 대항마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챌린저뱅크로 지목된 인터넷은행에 대한 경쟁력 제고와 규제 완화 방안 등은 없다는 점이다.
실제 인터넷은행은 메기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다며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목표 완화'를 건의했지만 사실상 거절됐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은행은 빅데이터 등 IT(정보통신기술) 혁신을 통한 새로운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도입 취지이자 설립 당시 국민과 한 약속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인터넷은행 성장 과정을 보면 급격한 외형성장에 치중한 측면이 있던 만큼 꾸준한 자본 확충을 통한 건전성 제고와 함께 대안신용평가의 고도화·혁신화, 중·저신용자 대출 활성화, 철저한 부실 관리 등 내실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업무 범위 확대와 관련해서는 "기존 은행권의 서비스 비용이 높거나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 중 인터넷은행이 '메기'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낮은 비용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해 달라"고 주문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만의 특화된 아이템을 찾고 사업화해야 하는 것은 인터넷은행의 존재 이유가 맞지만 구조상 어차피 당국과 긴밀한 협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사실상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