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전직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등 퇴임한 최고경영자(CEO)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교수 위주로 구성됐던 사외이사진에 다양성을 더하고, 금융 전문성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사외이사는 금융과 경제, 경영, 법률, 회계 등 전문지식이나 실무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선임해야 한다.
단, 은행과 중요한 거래 관계가 있거나 사업상 경쟁 관계 또는 협력 관계에 있는 관계자는 사외이사로 둘 수 없다.
금융사 전직 CEO는 금융과 경영 부문에 대한 전문성이 보장되는 데다, 경쟁사 출신이라면 부적합 사유에 해당할 거래 관계가 있을 가능성도 적다. 무엇보다도 실무경험에서는 교수 등 다른 직업 출신 사외이사들보다 풍부하다.
은행권이 전임 CEO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면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전문성을 보강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열고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손 전 회장은 1962년생으로 농협중앙회 미래경영연구소장과 농협금융 사업전략부문장, 경영기획부문장, 농협은행장 등 거쳐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금융·경영·경제 분야 전문가다.
손 전 회장은 농협금융 회장 재직 기간 우수한 성과로 회사를 이끌었다. 이에 연임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지만,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지난해 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손 전 회장은 현재 한국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은행 사추위 관계자는 “손 전 회장은 명망 있는 금융·경영·경제 분야 전문가로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췄다고 판단했다”며 “책임감 있는 업무수행과 윤리성을 바탕으로 은행과 주주 및 금융소비자의 이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KB국민은행이 다른 금융사 출신 CEO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국민은행의 모기업인 KB금융은 2020년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을 지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권 전 행장은 기업은행에서 리스크관리본부장,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 등을 거쳐 국내 첫 여성 은행장에 오른 인물이다.
이보다 앞선 2015년에는 최대 경쟁사인 신한금융지주의 최영휘 전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최 전 사장은 2018년까지 사외이사로 재임하며 이사회 의장까지 올랐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에서도 최근 전직 금융사 CEO 모시기에 한창이다.
토스뱅크는 공식 출범 전인 2021년 7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박 전 행장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은행장으로 재임하며 씨티은행을 이끌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을 새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직 CEO 출신은 오랫동안 업계에 몸담은 금융 분야에 전문가인 데다가,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만큼 사외이사로 적임”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