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여론조사보다 낮은 지지율' 李 '자기 정치'?
52.93%.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당시 당대표 후보(現 신임 당대표)가 획득한 압도적인 득표율이다. 23.37%, 14.98%, 8.72%. 순서대로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단 안철수 의원, 천하람 변호사, 황교안 전 대표가 얻은 지지율이다. 이들에게 전당대회는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다음해 총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언제까지 그늘에 머무를 순 없다. 이들이 22대 총선에서 당선돼 원내라는 '햇볕'에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적 전략이 필요할지 정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安, 창당→탈당·단일화 '무한 루프'
'외연 확장' 강점으로 정치적 뒷심을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경우 낙선이 더욱 쓰리다. 3선 중진 의원, 대선주자라는 정치적 중량감을 지녔기 때문이다.
김기현 신임 당대표 경우 4선 중진이지만 레이스 초반 당시 지지율은 3%에 그쳐 인지도 측면에서 안 의원에게 많이 뒤처진 상태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당내 친윤 세력의 전폭적 지지가 김 의원에게 쏠렸다 해도 기존 인지도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불출마 당시 분기점을 잘 활용했다면 역전에 가능했으리라는 분석이다.
안 의원의 전략적 판단 실수 외에도 여러 가지 허들은 존재한다. 먼저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그는 2013년 4월 열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무소속 당선됐다. 2016년 21대 총선 당시에는 국민의당 대표로 지역구 재선, 호남에서는 '녹색 돌풍'을 견인한 업적을 세웠고,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경기지사를 위해 사퇴한 김은혜 의원(現 대통령실 홍보수석) 지역구인 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앞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고, 2012년 9월 제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지만 그해 11월 후보를 사퇴하고 문재인 당시 후보와 단일화했다. 2013년 국회의원 당선이 사실상 첫 정계 입문인 셈이다.
이후 '창당과 탈당 또는 합당, 또 다시 창당'의 역사가 지속됐다.
'새정치연합' 창당 시도→2014년 민주당과 '새정치민주연합' 통합 신당 창당, 공동대표 임명→2014년 재·보궐선거 패배 책임론 따른 대표 사퇴→2015년 12월 당 지도부와 마찰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2016년 1월 '국민의당' 창당 등이다.
이후 2017년 19대 대선에서 3위(득표율 21.41%)에 그친 뒤 바른정당과 합당을 거쳐 '바른미래당'을 창당해 해당 정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해 3위(득표율 19.55%)를 나타낸 뒤 잠행에 들어갔다.
안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복귀, 1월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뒤 직후인 2월에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본인은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소속 후보들의 선거 유세 활동에 전념했다.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낸 그는 금태섭 당시 서울시장 후보와 '제3지대 단일화'를 달성했지만,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고 제20대 대선에서도 국민의당 후보로 뛰었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타진했다.
안 의원은 당시 단일화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을 함께 추진했고, 단일화에 대한 공(功)으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처럼 반복되는 창당 및 탈당, 단일화 등의 정치적 이벤트는 안 의원에게 '2인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줘 오히려 지지세가 쪼그라들었단 지적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처음 정계에 발 디딜 때 안 의원의 강점이었던 '개혁 ', '중도 보수' 이미지도 퇴색됐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안철수 의원을 공개적으로 돕는 의원은 한 명도 없다"며 "지난 번 (합당 과정에서) 안 의원에게 최고위원 자리도 추천하라고 했는데, (할 사람이) 없어서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을 추천하지 않았나"고 반문했다. 국민의당 소속이 아닌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추천한 건 안 의원의 당내 지지세가 약하다는 방증이란 의미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의원은 낙선 인사 차 지역 곳곳을 돌며 자신을 지지해준 당원과 국민을 만나는 일정을 준비한다. 우선 당분간 몸을 낮추고 지지자들과 접촉면을 넓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이날 해단식에서 "25%에 해당하는 책임당원분들 너무 감사하다"며 "여러분이 있어 용기의 그런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25% 나를 지지해준 분들뿐만 아니라 날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까지 이제 모두 한 팀이다"며 "앞으로 그런 분들까지 다 만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이번 당권 레이스를 완주한 것만으로도 유의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권을 잡진 못했지만 이를 기반으로 향후 당내 파이를 넓혀갈 수 있고, 아직 중도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기에 22대 총선에서 일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시각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한 TV프로그램에서 "약 23%의 지지로 국민의힘에 착근했다"고 봤다.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되면 탈당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샀던 신평 변호사는 전날 BBS라디오 '전여신의 아침저널'에서 "안 의원에 대해서는 대선 과정에서 단일화 물꼬를 튼 사람으로서 항상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잘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도층 흡수론의 적임자로 말한 건 대단히 소구력이 있었다"며 "안 의원만큼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인물이 과연 국민의힘 내부에 있냐는 측면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총선 역할론'을 시사했다.
◇千, 이번 전당대회서 발견한 가능성
李 정치 전략, 선명성? 이분법적 사고?
천하람 변호사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최재형 대선후보 캠프, 당내 혁신위원 등으로 활동했지만 원외 인사로서 한계를 지녔던 그가 당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는 호평이 가득하다. 긍정적 시선 가운데서도 '정치 신인', '개혁 보수'로서 당내 입지를 다지는 데 한계를 나타냈단 의견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전당대회) 초기에는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청년 정치가 살아있단 걸 보여줬고, 흥행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며 "천하람이 있었기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흥행이 가능했던 거다"고 밝혔다.
천 변호사의 향후 우선 과제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이번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와 '천아용인'팀을 꾸린 건 정치적 동료이자 세(勢)를 얻었단 의미에서 큰 성과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이들을 진두지휘했다는 인상을 심어준 건 고려할 대목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이 전 대표가 직접 '플레이어'로 뛰진 않았지만 전체적인 판을 설계하고, 정치적 역량을 발휘한 데 따른 결과라고 평가한다.
엄 소장은 통화에서 "우선 '이준석 키즈'를 벗어나서 대한민국 비전, 청년 정치에 대한 구체적 플랜 등 천하람만의 정치적 자산을 준비해야 한다"며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해서 22대 총선에 당선되는 게 급선무다"고 조언했다.
천 변호사는 총선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대구 출신이지만 현재 이정현 전 의원이 길을 텄던 전남 순천에서 지역구 활동을 하고 있다.
보수 정당의 지지세가 약한 호남에서 보수 강세인 TK(대구·경북) 출신 정치인이 총선에 도전한다는 건 그 자체로도 '이야기거리'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이런 변별성을 알린 것도 이득인 부분이다.
등판 시기가 늦은 것도 아쉬움이 남는다. 출마 시기가 늦어지면서 정치 신인으로서 넘어야 할 인지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후반부로 갈 수록 '돌풍'의 힘이 달려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단 설명이다.
천 변호사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누군가는 권력에 기생해 한 시절 감투를 얻으면 그만이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기를 선택했다"며 "부끄럽지 않기 위해 비겁하지 않았고, 비겁하지 않았기에 국민을 닮을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국민께서 개혁보수의 여정에 함께 해줄 거라 믿는 이유다"고 말했다.
천하용인의 이번 전당대회 득표율은 천하람 당대표 후보 14.98%(6만9122표),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10.87%(9만9115표),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9.90%(9만276표),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18.71%(8만4807표) 등이다.
앞서 밝혔듯 천아용인의 전체적인 선거 전략을 주도한 건 이준석 전 대표였다. 인지도나 정치적 체급이 낮은 이들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고무적인 지지율을 기록한 것도 그의 역량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당 지도부에 입성한 후보가 한 명도 없고, 모두 득표율 15%를 밑도는 것도 향후 과제로 남았다. 이는 천아용인의 과제인 동시에 이 전 대표가 풀어야 할 매듭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는 날카롭고 직설적인 화법, 선명성을 지닌 정치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선명성'에 맹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는 방식을 두고 이분법적 사고에 기반한, 소위 '갈라치기'라고 비판한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당대표가 됐을 땐 당이 큰 내상을 입고 정치적으로 재기를 하려고 젊은 활력을 불어 넣고, 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청년 정치의 아이콘으로 이준석을 주목한 것"이라며 "그 가치가 크고 인정받는 걸 사실이나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당의 젊음이나 외연 확장을 위한 정치적 영역, 청년 정치 아이콘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기보다 이준석 개인의 정치적 영역을 지켜가려는 모습으로밖에 안 비쳤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국 정치에서 공격과 갈라치기가 (지지자와 대중에게) 어필될 수는 있지만, 정치적 지도자나 정치적 리더가 되기 위해선 포용과 포섭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집권당과 보수를 중심으로 한 포용력과 가치, 협치·협력이 가능한 정치적 유연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이 전 대표에게 제언했다.
천아용인 캠프 공보 및 일정 총괄 담당 박종원 본부장은 본지와 연락에서 "전국단위 선거를 처음 뛰어보는 후보들과 함께 선명성을 지향점으로 삼아서 뛴 선거이기 때문에, 복잡한 정치적 계산보다는 옳은 이야기를 하는 데에 주력하기로 했던 것"이라면서 "시간이 지난 뒤에 옳은 이야기를 하면서 좌고우면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가려질 거다"고 받아쳤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 달 동안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네 명의 후보를 지원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며 "네 명의 모두 후회없는 선거를 하고자 했고, 두려움 없이 선거에 임했다. 강한 것과 맞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옳은 이야기를 하는 게 으뜸가는 전략이었다"고 언급했다.
◇黃, 두 번째 당권 도전… '극우' 탈피
'합리적 보수'로 정치적 유연함 지녀야
황교안 전 대표는 두 번째 당권 도전이었다. 황 전 대표는 미래통합당 시절 당대표를 지내고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당선 실패와 총선 참패 책임론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당시 황 전 대표는 극우 성향을 가장 많이 비판받았다. 문재인 정부에 맞서 청와대 앞에서 단식 투쟁과 삭발을 하거나, 일명 '태극기 부대'로 지칭되는 강성 보수 세력과 가까이 지내며 당 노선의 궤를 함께 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거듭 제기한 것도 정치권 비주류로 몰리게 된 이유기도 하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통화에서 "여론조사보다 득표율 낮았다"며 "아무래도 탄핵 당한 대통령과 함께했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직무대행까지 했으니 이미지가 긍정적일 순 없다"고 말했다.
이번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당대표 후보(現 신임 당대표)에게 '울산 땅 투기' 의혹 등을 거세게 제기해 부정선거 의혹 제기 등 기존 극우 이미지에서 다소 탈피한 건 좋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이 소장은 "네거티브 성향이 있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아젠다를 확실히 부각시킨 건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단 걸 보여준 것"이라며 "유튜브 지지 세력이 있고, 목소리나 톤앤매너, 중후함 등은 기존 인물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황 전 대표는 향후 총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우세하다. 이를 위해선 지금까지의 강경한 주장을 다소 완화해 정치적 유연성을 유권자에게 내비치며 '합리적 보수'로 자리매김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정치 전문가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