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시스템 손질…횡령·이상해외송금 등 사고 재발 방지
은행권의 계묘년(癸卯年) 주요 경영 화두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가 부상할 전망이다.
은행권은 최근 수년간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진출 등 혁신과 성장에 경영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올해는 고물가와 급격한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이에 대응하고, 지난해 빈번했던 횡령과 이상 해외송금 등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집안 단속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에 중점을 둔 연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여신과 유동성 관리 역량을 높여 은행 대내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경기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공격적인 영업과 투자보다는 채권 회수와 여신관리 강화에 집중해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철저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단행된 은행장 인선에서도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의지가 읽힌다.
시중은행 가운데 지난 연말 행장 임기만료를 앞둔 신한·하나·농협은행은 모두 새로운 인물을 차기 행장으로 선정했다. 신한은행은 한용구 영업그룹 부행장, 하나은행은 이승열 하나생명 대표, 농협은행은 이석용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을 각각 내정했다.
세 인물 모두 영업·재무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가진 인사라는 평가다. 불확실성이 커진 금융시장 환경에서 은행장의 위기관리 능력을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용구 내정자는 그간 신한은행의 영업 채널을 총괄했고 은행과 지주, 신한투자증권을 오가며 다양한 사업추진과 경영관리 경험을 쌓았다. 이승열 내정자도 지주와 은행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재무통’이다. 이석용 내정자 역시 지역 지부장과 영업본부장을 두루 거친 영업 전문가 출신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조직개편에서 준법지원부 내 부서급 규모 상시감사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하반기 관련 부서의 역할과 업무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부서급 유닛을 설치, 상시모니터링 시스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여신관리본부’를 신설했다. 해당 부서는 여신 사후관리를 총괄하며, 산하에 ‘관리기업심사부’와 ‘여신관리부’를 두고 연체 여신을 중점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나은행은 본점 조직 내 영업 기능을 확대했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시장그룹을 신설하고 그룹 내 자금시장본부를 배속했다.
또 기관영업의 확장과 대외 금융기관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기관사업본부를 기관영업그룹으로, 금융기관영업유닛을 금융기관영업부로 각각 격상했다.
은행들은 내부통제 시스템도 재정비할 계획이다. 지난해 잇따라 불거진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본부조직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기존 검사실에서 ‘본부감사부’를 분리 신설했다. 앞으로 검사실은 영업조직 검사에, 본부감사부는 본부조직 감사에 집중함으로써 효과적인 내부통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NH농협은행은 최근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시스템을 도입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준수여부를 점검하는 전산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통해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거래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 발생 추이를 점검한다.
한편 은행권은 그동안 추진해 왔던 디지털 전환·혁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지속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매년 디지털과 관련해 새로운 혁신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디지털 전환 작업은 모바일·비대면 서비스를 개발·출시하는 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혁신을 통해 이용자 경험을 높이고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