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12일 용산서 '관치금융 반대' 기자회견
“임추위(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연락을 받지 않았다. 회장직을 생각해본 적도 없다.”
차기 NH농협금융 회장직에 이름을 올린 이석준 전 국조실장은 신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확정된 게 없는 만큼 답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전 국조실장은 회장직에 대해 “현재 나오는 가정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기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 차기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사실상 내정된 분위기다. 이런 까닭에 농협금융그룹은 현재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였다.
이 전 국무조정실장은 1983년 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행정재정기획단 단장과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 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또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기재부 2차관,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등 요직을 거쳤다. 공직을 떠난 이 전 실장은 지난해 보궐선거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꾸린 ‘서울비전2030 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공직 사회에 다시 몸을 담았고, 이후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 참가하면서 현 정부와 연을 맺었다.
그는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을 맡았고, 지난 4월부터는 서울장학재단 이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손병환 회장 연임은 파란불이었다. 손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2조2919억원이란 사상 최대 실적을 쓴 농협금융은 올해 상반기에도 1조3505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역대 회장 중 2년 임기 뒤 1년 연임도 흔한데다, 손 회장이 농협 내부 출신 인사인 만큼 조직 안정화 기틀을 공고히 하기 위해 연임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쥐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윤석열 정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이석준 전 국조실장을 낙점하면서 손 회장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금융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관치금융을 본격화하려는 것이란 우려를 내고 있다.
농협 내부에서는 현재 “외부에서 전하는 소식이 대체로 맞다”며 이 전 국조실장의 회장 선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시중 금융그룹과 다른 특수성이 있고, 이전에도 관료 출신이 많았다”며 “농협(중앙회가)이 정부와의 관계를 위해 관료출신 인사를 회장에 선임하려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금융노조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과거 모피아(재무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오는 12일 오후 용산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관치금융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다는 계획이다.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