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와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올해 연말부터 줄줄이 만료된다. 이에 따라 이들의 연임 여부는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CEO의 임기 중 실적과 성과를 되돌아보고, 연임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임기 만료를 앞둔 국내 은행장 중 가장 먼저 연임 여부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권 행장은 농협은행이 2020년 행장 임기를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뒤 처음으로 재임 기간을 다 채운 은행장이다. 그는 임기 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쓰며 농협은행을 이끌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말까지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과 같다.
농협금융은 지난 14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가동하고 차기 은행장 인선 절차에 들어갔다. 임추위가 차기 행장 후보를 결정하고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하는 방식이다.
농협금융은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경영승계 절차가 개시된 날부터 40일 이내에 추천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권 행장의 연임 여부는 내달 중하순까지 결정되는 셈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권 행장은 농협은행의 최대 실적을 이끌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과 해외 진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농협은행은 권 행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1조55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13.5% 증가한 규모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조459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성장했다.
권 행장은 디지털 전환과 해외 진출 등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뛰었다.
권 행장은 농협은행의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인 ‘올원뱅크’를 소비자 중심의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전환, 은행뿐만 아니라 농협금융 모든 계열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탈바꿈했다. 올원뱅크 이용자 수는 2019년 421만명에서 올해 8월말 867만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권 행장은 또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독도버스’를 개발·출시해 은행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메타버스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행장은 다른 시중은행 대비 부족한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2025년까지 12개국에 14개 이상의 지점을 확보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마련했다.
그는 현지에 맞는 사업 목적과 특성을 찾아내 맞춤형 사업을 추진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실제 권 행장은 임기 중 4개국에서 최종인가를 획득하고 3개국에서 영업을 개시하는 등 글로벌 영토 확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권 행장 연임의 둘러싼 변수는 은행의 인사 관행이다. 농협은행은 그동안 은행장이 최대 2년만 재임한 뒤 자리에서 물러나는 관행을 이어왔다.
지난 2017년 물러난 이경섭 전 행장까지 농협은행장의 기본 임기는 2년이다. 이 기간을 넘어서 연임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이 관행을 처음으로 깬 사람은 이듬해 취임한 이대훈 전 행장뿐이지만, 당시 임기는 1년이었다.
이대훈 전 행장은 3연임 성공을 통해 2년이 넘는 임기를 부여받으며 관행을 깨는 데 성공했지만, 세 번째 임기 시작 후 3개월 만에 사임해 3년을 채우진 못했다.
권 행장 바로 직전 은행장인 손병환 회장의 경우 은행장 취임 후 7개월 만에 지주 회장으로 영전해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만약 권 행장이 연임에 성공해 1년 더 연장된다면 처음으로 3년을 재임하는 농협은행장이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권 행장의 준수한 실적과 경영성과, 현장 중심 경영 행보 등을 보면 연임에 도전할 조건은 충분하다”며 “농협은행에서 그간의 인사 관행을 타파하는 모습이 다시 나올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