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초과 고액 예금 '사상 최대'…기준금리 인상 영향
10억원 초과 고액 예금 '사상 최대'…기준금리 인상 영향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2.10.3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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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 기준 787조9150억원…작년 말보다 18조1930억원↑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시중자금이 기준금리 인상 가속 영향으로 은행에 몰리면서 10억원 넘는 고액 예금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 예·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웃도는 계좌의 총예금 규모는 787조915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매년 반기별로 예금 규모별 계좌 수와 금액을 집계해 4월과 10월쯤 공표한다.

상반기 말 집계된 10억원 초과 예금 규모는 지난해 769조7220억원보다 18조1930억원(2.4%) 늘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1년 전(716조2350억원)과 비교하면 71조6800억원(10%)이나 급증했다.

이와 함께 10억원이 넘는 고액 예금 계좌 수는 작년 6월말 8만4000계좌에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9만4000계좌로 1만개 증가했다.

종류별로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0억원 초과 정기예금이 528조9780억원으로 전년 말(509조8150억원)보다 3.8% 늘었다.

같은 기간 법인과 개인기업이 일시적으로 여윳돈을 은행에 맡기는 기업 자유 예금도 234조7850억원에서 237조3960억 원으로 1.1% 증가했다.

다만, 입출금이 자유로운 결제성 저축예금은 24조4480억원에서 21조430억원으로 13.9% 줄었다.

이처럼 개인이나 기업 모두 정기예금에 돈이 쏠린 배경으로는 주식과 부동산 등 대체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안정적인 이자를 보장하는 은행으로 시중 자금이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자율이 낮은 저축예금 대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 등에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뛰며 시중금리 역시 크게 오르면서 고액 정기예금 증가 속도는 한층 빨라지는 추세다.

지난달 27일 기준 KB국민과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4대 은행의 10억원 초과 거액 정기예금 계좌 수와 개인과 기업을 모두 합한 예금 잔액은 각각 3만4053계좌, 36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말(2만7655계좌, 316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넉 달 만에 계좌 수는 6398계좌(23.1%), 잔액은 47조원(14.9%) 증가한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두 차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남아있고, 한국 역시 한 차례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만큼 앞으로도 시중금리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당분간 시중 여유 자금은 계속 은행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