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황에 주식 시장 등의 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고 있다. 이는 7·10월 두 번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포함한 빠른 기준 금리 인상이 예금 금리에 반영되면서 금리가 5%를 넘는 상품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20일까지 정기예금 잔액은 총 796조4514억원으로 9월 말(760조5044억원)보다 35조9470억원 증가했다. 이는 9월 한 달간 증가 폭(30조6838억원)을 넘는 규모다.
9월 중 5대 은행을 포함한 예금은행의 정기예금은 32조5000억원 늘었다. 또 올해 1월부터 10월20일까지 불어난 5대 은행 정기예금만 141조5155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금리가 동반 상승하고, 코로나19 이후 호황을 누렸던 주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장의 돈이 안정적인 은행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은행들이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내놓는 은행채 규모 역시 커지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쏠리는 상황은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9월 은행채는 총 25조8800억원이 발행됐다. 또 10월1일부터 20일 사이에도 16조4700억원어치의 은행채가 발행됐다.
이에 전체 채권 발행 대비 은행채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43.3%까지 치솟았다. 이는 올해 3월 10.4%에서 불과 6개월 사이 30%포인트(p) 이상 뛴 것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일반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줄고 금리는 더 뛰면서 채권 시장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결국 자금 흐름을 되살릴 열쇠도 은행권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은행들은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직접 자금 조달(채권 발행 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2금융권에 대출(간접 자금 조달)을 더 할 테니 유동성 비율 등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일 회의에서 은행의 적극적 자금 공급을 위해 필요한 여러 조치에 대한 건의가 있었다"며 "은행권은 이들 건의 내용을 서면으로 제출해 이번 주 초 당국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