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한국무역협회(무역협회) 부회장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정부가 적절한 조기 대응을 못했다는 비판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IRA는 정치적으로 추진된만큼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도 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부회장은 5일 국회 세계포럼 FTA(자유무역협정)일자리센터,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등이 공동주최한 ‘메가 FTA 활용 경제위기 극복전략 세미나’에 참석해 “전동화·자율주행화 등 변혁기에 처한 세계 자동차 산업이 중국의 등장으로 더욱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며 “내수시장과 5000만대에 이르는 생산능력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없던 중국이 이제는 세계 전기동력차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배터리 분야에서 2022년 상반기 기준 시장의 약 60%를 점유했다. 배터리 원재료 분야에서는 리튬 시장의 65%, 니켈 생산공정의 80%, 니켈 광산의 60%를 차지했다. 중국은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2021년 기준 양극재의 57.5%, 음극재 67.8%, 분리막 53.4%, 전해액 71.8%를 확보했다. 여기에 세계 1위 배터리 원재료 제련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망간·코발트·리튬의 각각 90%·70%·65%를 중국에서 제련하는 실정이다.
정 부회장은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IRA법 제정과 시행은 이해된다”며 “다만 미국의 중국 견제와 전기차 공급망 형성에서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협정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내국인대우 규정 저촉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배제한 것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미국·유럽 업계를 통해 확인한 놀라운 사실은 이들 모두 미국 상원의 전기차 보조금 관련 입법 사항의 중대한 변경과 전격 추진에 대해 사전에 몰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RA는 전기차에 대한 세금혜택을 제공하는 입법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 간 합의를 거쳐 지난 7월27일에서야 처음 공개됐다는 설명이다.
마이클 비만 국 무역대표부(USTR) 차관보는 “의회의 갑작스런 입법으로 우리도 몰랐고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제니퍼 사파비안 미국 수입차협회도 “IRA 입법은 미 정부나 업계와 독립적으로 의회에서 매우 빠르게 진행돼 우리도 당황했다”고 발언했다.
정 부회장은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대미 협상에 들어갔기 때문에 늦장 대응 비판여지는 없어 보인다”며 “IRA는 정치적으로 추진된 만큼 개정이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내부에서도 중국 견제에 대한 이견이 없는 만큼 중간선거 이후에도 법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배터리 공급 다변화 기조에는 동참하되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는 적극 대응한다는 원칙 하에 외교 노력과 외국 브랜드와의 연대 등을 통해 미국 상·하원의원 등 정치권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미 재무부의 고시(notice) 마련 시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 과정에서 업계의 공식 의견을 잘 제출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정 부회장은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며 “전기버스 보조금의 48%가 중국산에 제공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대적인 보완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