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고 이건희 회장 사업 시작 후 267마리 분양
29년간 인식개선에 노력, 자원봉사-정부 지원도 큰힘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시작한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사업이 세상을 밝히고 있다. 올해 8마리 안내견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면서 지난 29년간 267마리 안내견이 분양됐다. 이는 삼성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이 관련사업에 관심을 기울인 덕분이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20일 새로운 안내견과 졸업한 안내견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함께 내일로 걷다,> 행사를 진행했다. 삼성은 고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신경영 선언 직후인 1993년 9월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설립해 29년간 운영해 오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가족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훈련사 등 안내견의 생애와 함께 해 온 5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며 안내견과 은퇴견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평소 장애인 활동에 관심을 보여 온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참석해 감사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행사의 테마는 <함께 내일로 걷다,>이다. 안내견 사업이 삼성뿐만 아니라 퍼피워커와 은퇴견 입양가족 등 다양한 자원봉사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우리 사회 모두의 노력과 애정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해 나갈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마지막 ',(콤마)'는 새로운 안내견과 시각장애인 파트너와의 동행이 시작되고, 은퇴견도 입양가족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등 이날 행사가 '끝이 아닌 시작'임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첫번째 가족] 퍼피워커 △[두번째 가족] 시각장애 파트너 △[세번째 가족] 은퇴견 입양가정 순으로 진행됐다.
안내견 후보 강아지를 위탁받아 1년여를 돌보며 사회화 훈련을 담당했던 [첫번째 가족] '퍼피워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들이 키운 강아지가 당당한 안내견으로 성장한 것에 대한 감동과 떠나 보내야 하는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퍼피워킹'과 본격적인 안내견 훈련을 마치고 안내견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 8마리, 그리고 이들의 [두번째 가족]이 돼 앞으로 함께 걷고 살아갈 시각장애인 파트너 8명은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날 행사는 6~8년간의 안내견 활동을 마치고 반려견으로 삶의 2막을 시작하는 은퇴견도 주인공이었다.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를 거쳐 [세번째 가족]인 입양가족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은퇴견 6마리 중 3마리는 강아지때부터 함께 했던 퍼피워킹 가족에 입양됐다 헤어진지 6~8년만에 다시 '가족'으로 재회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안내견은 시각장애인분들의 삶의 질을 바꾸는 중요한 동반자"라며 "안내견과 관련해 국가는 법적, 제도적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민간은 지원 및 인식변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 보조견 보급 확대 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는 "안내견 사업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으로 29년간 시각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지원하고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 왔다"며 "앞으로도 안내견과 파트너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은 서로의 삶에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보다 많은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만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안내견이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 시각장애인 삶 개선, 우리 사회 변화에 기여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안전하게 안내하고, 언제 어디서나 그들과 함께 해,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독립된 삶을 영위하면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 분양을 시작으로, 매년 12~15마리를 무상 분양하고 있다.
가장 최근 파트너와 맺어진 '그루'까지 포함하면 2022년 현재까지 총 267마리를 분양했고, 현재 70마리가 안내견으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안내견의 시각장애인 파트너들 역시 학생부터 회사원,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동행하며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안내견 양성과 함께 안내견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안내견 사업이 갓 시작된 90년대 초반에는 안내견과 함께 식당을 찾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할 때 '개'라는 이유로 거부를 당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시각장애 체험', 안내견과 함께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정부와 국회도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함께 나섰다.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이 택시나 버스, 식당, 호텔 등 공공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할 경우 처벌받게 되는 장애인 보조견 관련 조항이 1999년 '장애인 복지법' 내에 도입됐다.
2005년엔 국내 처음으로 여성 안내견 파트너가 된 전숙연 씨의 사연을 담은 드라마 <내사랑 토람이>가 방영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도움으로 방영된 이 드라마에서 사고로 시력을 잃은 전숙연씨(배우 하희라 분)가 안내견 '토람'이와 함께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나 특수교육교사가 되는 가슴 뭉클한 스토리는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화재와 시각장애인, 자원봉사자의 노력과 함께 제도적인 변화도 이어졌다.
2012년, 훈련사 및 퍼피워킹 자원봉사자가 훈련과 사회화를 목적으로 편의시설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같이 법적인 지위를 동등하게 부여하는 법안이 개정되며 안내견 양성을 위한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 시각장애-안내견 인식개선 위해 노력
삼성은 안내견학교를 통한 지속적인 안내견 양성과 보급, 각종 체험 및 캠페인 활동 이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지속해왔다.
2002년 월드컵에서는 시각장애인도 월드컵의 감동을 함께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안내견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미국-폴란드 경기에 시각장애인 10명과 안내견을 초청했다.
같은 해 삼성전자가 단독 후원한 부산아시안게임 성화봉송에서는 3명의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성화봉송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다. 장애인들의 성화봉송 참여는 아시아인의 축제에 더욱 큰 감동과 의미를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안내견은 기업의 사회공헌 영역을 넘어 사회적 공공재로서 인식되고 있다.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도 안내견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자발적인 노력을 해주고 있다.
한양대 프로젝트팀 '암행어사'는 올초 안내견 파트너와 자원봉사자가 사회의 모든 곳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마패'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안내견에 대한 인식 부족과 편견으로 안내견을 동행한 시각장애인들이 출입을 거부당하지 않도록 안내견을 위한 마패를 제작하고, 직접 상점을 돌면서 안내견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담은 스티커를 부착했다.
건국대 총학생회는 올해 10월 '흰지팡이의 날'을 맞이해 안내견의 사회적 활동을 지원하는 설명회와 안내견파트너 간담회 등을 개최해 학교와 지역사회에 안내견을 알릴 계획이다.
◇ 삼성·자원봉사자·정부 ‘사회 모두의 노력’으로 결실
지난 29년간 안내견과 함께 걸어온 길에는 안내견학교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의 숨은 조력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삼성의 첫 발에 자원봉사자, 정부 등의 지원이 더해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우선 고 이건희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을 기념해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를 설립함으로서 '초일류 삼성'을 향한 변화의 첫 걸음을 사회 공헌으로 시작했다.
이 회장은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고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은 1993년 체계적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이래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동물을 통한 사회공헌'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내견학교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안내견을 스스로 관리하고 훌륭한 반려견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내견학교에서는 약 한 달 가량의 안내견 파트너 교육 과정이 진행되며, 24시간 일대일 케어를 통해 교육을 진행한다.
첫 2주는 안내견 학교에 입소해 교육을 진행한다. 나머지 2주는 시각장애인의 거주지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모든 생활을 같이 하면서 교육이 진행된다.
삼성은 안내견 분양 교육이 완료된 이후에도 소속 훈련사들을 통해 안내견이 은퇴할 때까지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한다. 무엇보다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이 서로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 번 맺은 인연이 수십 년간 지속되기 때문에 학생 시기 처음 안내견파트너가 된 인연이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며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데까지 안내견이 함께 함. 파트너의 인생 전반에 안내견학교가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안내견 한 마리를 위해서는 훈련기간 2년과 안내견 활동 기간인 7~8년을 더해 꼬박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강아지와 1년간 함께 생활하는 퍼피워킹 자원봉사 가정은 쉽지 않은 환경에서 강아지를 양육하게 된다.
자원봉사 가족들은 퍼피워킹을 하면서 출입을 거부당하거나, 때로는 험한 소리에 상처를 받으면서 오로지 선한 목적을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명 '사회화' 과정이라 부르는 기간 동안 예비 안내견은 지하철, 버스, 마트와 같은 장소에서 노인과 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일상 속 상황을 경험하고 사람과 사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강아지는 밝고 건강하게 성장한다.
1가정에서 시작한 '퍼피워킹' 가정이 약 1000여 가정까지 늘었고, 현재 퍼피워킹을 하고자 신청한 대기 가정이 110여 가정으로 약 2년 간 대기해야 할 정도로 기꺼이 시간과 애정을 쏟겠다는 자원봉사자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은퇴한 안내견의 노후와 죽음을 함께하는 자원봉사 가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 같은 은퇴견 입양 가정은 엄마견·아빠견을 돌보는 번식견 가정과 더불어 누계로 각각 600여 가정과 200여 가정까지 늘었다. 퍼피워킹 가정, 은퇴견 입양 가정, 번식견 가정을 모두 합치면 1800여 가정에 이르고 있다.
안내견학교의 견사에서 근무한 자원봉사자도 현재까지 총 3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 1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해야 한다는 엄격한 자원봉사자 자격규정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활동해 오며 안내견 양성 과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안내견 양성 과정 중 훈련사가 진행하는 전문 안내견 훈련을 제외한 나머지 과정, 퍼피워킹과 은퇴견 홈케어, 번식견 홈케어는 순수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또한 자원봉사자이자 때로는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한 이들의 헌신을 통해 30년에 가까운 안내견학교의 역사가 지속될 수 있었다.
◇ 정부, 지자체, 정치인 도움도 이어져
안내견 사업 정착엔 법과 제도도 중요하다. 지난 29년 간 국회와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의 도움으로 현재와 같은 체계를 갖추게 됐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사업 초창기부터 우리나라에 없던 장애인 보조견 조항 신설에 적극 나섰으며, 수 차례 개정을 통해 법률적 체계를 갖추는데 큰 역할을 했다.
농림부 동물검역본부 역시, 2015년 엄격한 검역기조에도 불구하고 활동안내견의 검역을 간소화는 규정을 신설해 도움을 줬다. 특히 해외에서 들어오는 개의 경우 수 주의 시간이 걸리는 광견병 항체 검사를 유지하면서도 안내견은 해당 조항에 예외를 신설해 안내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안내견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법률적 보완을 위한 법안 제출을 진행해 왔다. 최근에도 정부 및 지자체의 안내견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안내견 거부 사례 개선을 위한 법안 제출이 이어졌다.
이 외에도 선진 안내견 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도움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2017년 자연공원법 개정을 통해 국립공원 안내견 출입 문제를 해결했다.
이전까지는 공원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를 포함한 동물을 제한하는 '자연공원법'으로 인해 안내견 동반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안내견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 보조견의 원활한 출입이 보장되기 시작했다.
철도법에서도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여행하는 경우 안내견 좌석을 무임으로 제공했다. 또 국내 주요 항공사를 중심으로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 보조견 좌석 무임 제공했다. 또 기내 탑승이 가능하도록 내규를 통해 보장하고 있다.
경기도, 대전광역시, 충청남도, 서울특별시(동작구, 양천구, 성동구 등), 대구광역시(달성군), 인천광역시, 부천시 등 지방자체 단체도 지방자치 법규에 장애인 보조견을 별도 조항으로 신설해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 삼성화재안내견학교, 2023년 개교 30주년 맞아
2023년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3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은 안내견 양성 사업을 꾸준히 지속하고, 관련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내견 육성과 훈련, 직원교육 등에서 세계안내견협회(IGDF)의 인증을 받은 검증된 전문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안내견과 파트너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방침이다.
NGO와 협업해 수혜자 선정에 있어서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을 확보한다. 매년 4월 마지막 수요일인 '세계 안내견의 날' 행사를 함께 진행해 인식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