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늘어난 외화 수요를 붙잡기 위해 관련 상품과 이벤트를 내놓으며 소비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은행권의 외화예금이 덩달아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경쟁을 부추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개장 직후 1352.3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29일(1350.8원) 기록한 연고점을 2거래일 만에 경신했다. 환율이 1350원대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시장에서는 ‘강달러’ 흐름이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4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 외화예금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외국환 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903억8000만달러로 전월 말(870억6000만달러) 대비 33억2000만달러 늘었다.
통상적으로 외화예금은 환율이 내릴 때 증가하고,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빠지는 모습을 보인다. ‘쌀 때 사두고 비쌀 때 팔자’는 시장의 움직임 때문이다. 실제 6월에는 환차익을 위한 매도 확대와 자금 인출로 인해 거주자 외화예금이 전월보다 21억1000만달러 빠졌다.
하지만 달러 가치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에 7월 들어서는 환율이 상승세가 지속됨에도 외화예금은 전월 감소분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특히 기업에서 추가 환율 상승 기대감에 수출 대금 등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놔둔 점이 외화예금 증가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7월 기업 달러화 예금 잔액은 639억8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29억7000만달러 늘었다.
이에 은행권은 외화예금을 유치하기 위한 상품 출시와 이벤트에 적극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법인 전용 입출식 외화예금 ‘NH플러스외화MMDA’를 내놨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으로, 외화를 하루만 맡겨도 외화정기예금 수준의 고금리를 제공한다. 예금을 인출할 때 원금과 이자를 함께 지급한다.
KB국민은행은 이달 말까지 외화정기예금 특별판매 이벤트를 실시한다. 사업자가 ‘KB수출입기업우대 외화통장’을 이벤트 기간 중 최초 개설한 뒤 외화정기예금에 가입하면 90%의 환율 우대혜택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이달까지 ‘우리 더(The)달러 외화적립예금’을 선착순 1000명에 2달러를 입금하고,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한다. 또 SC제일은행은 미 달러화 외화정기예금 첫 가입자에 최고 연 3.5%의 특별금리를 적용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달러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특히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환율을 관망하며 달러를 맡아둘 외화예금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